Color(색깔)와 Food(음식), Number(숫자), Tournament(대회) '징크스 열전'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징크스(Jinx)'.
사전적 의미는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 관계적 믿음'이다. 멘탈이 중요한 골프는 특히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프로선수는 물론 아마추어골퍼들도 마찬가지다. 아웃오브바운즈(OB)를 두려워한 나머지 골프장에서는 'OB맥주' 마시기를 꺼린다. 골프장 측이 '양파'를 뺀 자장면을 내놓는 것도 재미있다. 알파벳으로 풀어본 골프의 이런저런 징크스다.
▲ Color(색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종 4라운드에는 반드시 빨간색 셔츠를 입는다. 태국계 어머니가 점성술사에게 들은 우승 비책이라고 전해진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김세영(22ㆍ미래에셋)도 '레드 마니아'다. 올 시즌 흰색 상의에 빨간색 바지를 입고 2승이나 따냈다.
김하늘(27ㆍ하이트진로)은 이름과 같은 하늘색을, '핑크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핑크색으로 도배할 정도다. '노란색 징크스'가 있던 김형성(35ㆍ현대자동차)은 지난해 5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더크라운스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노란색 옷을 입고 정상에 오르면서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배상문(29)은 검은색 모자를 절대 쓰지 않는다.
▲ Food(음식)= 시험과 비슷하다. 주로 계란과 미역국과 관련된 얘기다. 박세리는 대회를 앞두고 달걀을 먹지 않는다. "깨진다"는 부정을 탈까봐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못먹게 했다. 박희영(28)과 은퇴한 박희정(35)도 '계란 징크스'가 있다. 홍순상(34ㆍSK텔레콤)은 미역국을 잘 먹지 않는다. 송보배(29)는 육식을 좋아하지만 대회 기간 중에는 자제한다.
완도에서 태어난 최경주(45ㆍSK텔레콤)는 경기 당일 아침에는 오히려 양식을 먹는다. 신지애(27)는 한 때 '물 징크스'에 시달렸다. 물을 마신 홀에서 보기를 범한 게 출발점이다. 라운드 도중에는 절대 물을 마시지 않던 신지애는 한 대회에서 작심하고 18홀 내내 물을 마시면서 이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 Number(숫자)= 골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우승을 의미하는 '1'이다. 골프공과 자동차, 전화번호 등에 모두 1번을 쓰기를 원하는 이유다. 3번도 인기다. 18홀 중 가장 많은 파4(14개홀)에서 버디를 하고 싶다는 의미다. 양용은(43)은 PGA챔피언십 우승 당시 3번 공을 사용한 뒤 3번에 유독 애착을 갖는 징크스가 생겼다. 홍란(29ㆍ삼천리)은 골프볼에 빨간색 점 3개를 찍는다.
싫어하는 숫자도 있다. 2번과 4번이다. "준우승과 2퍼트를 하기 싫다"는 의미다. 4번은 동양권 문화에서 '죽을 4자'로 기피하는 숫자다. 김효주(20)와 홍순상은 첫날은 1번, 둘째날은 2번 등 라운드와 일치하는 공을 사용한다. 홍순상은 2006년 데뷔한 통산 5승을 모두 홀 수 해에 올린 징크스도 있다. '옛날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예전에 4번만 고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 Tournament(대회)= 선수들에게는 특정 대회 징크스도 있다. 아널드 파머(미국)는 PGA투어 통산 62승을 달성했지만 유독 PGA챔피언십에서 부진했다. 37차례 등판에서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서지 못해 결국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무산됐다. 샘 스니드는 PGA투어 최다승(82승)을 보유했지만 US오픈에서, 니클라우스는 캐다나오픈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 했다.
최경주는 AT&T 페블비치, 우즈는 닛산오픈만 가면 작아졌고, 필 미켈슨(미국)은 유럽 원정길에서 늘 고전했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메이저 우승과 인연이 없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27ㆍKB금융그룹)의 국내 대회 무관도 같은 맥락이다. LPGA투어에서 메이저 5승을 포함해 13승을 쓸어 담았지만 국내 대회 우승컵이없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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