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위 한화, 올 시즌 매 경기 총력전으로 역전승 6번…포기 없는 끈끈한 야구 보여줘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대전의 프로야구팬들을 지난해까지 '부처님'이라고 했다. 꼴찌를 밥 먹듯 하고, 그 과정이 때로는 프로답지 않아 가슴을 치게 만드는 한화의 경기를 보고도 비난 대신 격려를 보내는 모습을 지켰기 때문이다. 올해 한화의 야구는 다르다. 28일까지 3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경기 내용은 선두를 다투기에 손색없다. 그 중심에 김성근 감독(72)이 있다.
한화의 야구는 매번 결승전 같다. 올 시즌 거둔 12승(10패) 가운데 끝내기로 세 경기를, 6승은 역전승으로 따냈다. 1점차 승부가 여섯 번(27.3%)이다. 막판까지 크게 뒤지고 있어도 뒤집을 가능성을 본다. 듣기는 좋지만 전략적으로 무익할 수도 있는 선택이다. '어차피' 진 경기는 주력 멤버를 빼내 이튿날 경기에 대비해야 정석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차피'를 '반드시'로 바꿔라"라고 요구했다. 그는 "승부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래서 준비를 할 뿐"이라고 했다.
운동 팀이 이기려 드는 것은 '기본'이다. 김 감독의 '기본'은 어렵다. 공을 많이 들인다. '지옥의 펑고'는 김 감독의 '기본 야구'를 상징한다. 한화를 맡자마자 펑고부터 쳤다. 펑고란 야수가 수비를 익히도록 배트로 공을 쳐주는 훈련이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수비'로 집약된다. 한화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2014년 10월 28일) 그는 "이 팀이 수비를 보니 왜 꼴찌를 했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베테랑 김태균(32)의 유니폼은 곧 흙투성이가 됐다.
왼손투수 권혁(31)과 박정진(37), 왼손타자 김경언(32)은 달라진 한화 야구를 상징한다. 특히 권혁은 '대전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 서른여덟 경기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한 권혁은 올 시즌 열네 경기에서 1승 1패 4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63으로 활약했다.
지난 22일 LG와의 잠실 경기에서 김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 권혁의 뺨을 어루만지며 격려한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실전을 이겨내면서 성장한다"며 "권혁과 박정진에게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5~6회까지만 잘 끌고 가면 그 다음 마무리는 꼭 해준다"고 했다.
이제 한화가 가는 경기장은 어디든 주황색 물결이 넘쳐나고, 8회부터 '최강 한화'를 외치는 육성응원은 그 어느 시즌보다 쩌렁쩌렁하다. '마리한화', '중독야구'. 한번 보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 매력 있는 경기를 한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나는 아직 중독되지 않았다"면서도 "팬들이 행복하다면 나도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 우천취소가 나왔고 상대가 조금 좋지 않을 때 우리와 만난 경우도 많았다"며 "다만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상대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먼저 이겨보겠다고 덤빈다.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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