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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은 '공돈'…황당 법인카드 사용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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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은 '공돈'…황당 법인카드 사용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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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 등 관공서, 기업, 금융기관 등이 밀집한 곳에서는 번듯한 식당에 무심코 들어갔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이 돈을 내고 누가 밥을 먹을까 싶지만 식당은 문전성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천정부지 치솟아 있는 가격이 과연 합당한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주로 '법인카드'를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귀띔에 이해가 가기도 한다. 공금을 공돈처럼 쓰는 법인카드 덕에 식당들의 배포만 커진 셈이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사용한 사례가 종합감사 결과 드러나면서 법인카드 사용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규정을 정해 감시해도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편법이 워낙 많은 탓에 국정감사 등을 통해 매년 어이없는 사례들이 지적받고 있다. 법인카드를 제 주머닛돈으로 여겼던 황당 사례 5선을 소개한다.


◆한 식당에서 8억원 결제=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특정 파스타 식당에서 지난 3년간 8억원어치 법인카드를 결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총 4751건, 8억2253만원을 이 식당에서 지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파스타 집에서 하루에 17번 결제를 하며 280만원을 지출하거나 7번 결제를 하며 315만원을 쓰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에 평가원 측은 "외부 전문가가 참석한 협의간담회 등 정상적인 업무 추진 과정에서 사용된 것"이라며 "각종 회의가 많은 기관의 사업 특성상 이동 편의와 주차비용 절감 등이 고려된 결과지만 향후 개선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법인카드 임원의 전유물 아냐…신입사원의 패기=신입사원이 5개월 만에 법인카드를 이용한 신용카드 할인(카드깡)으로 1300만원을 빼돌려 술값으로 쓰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2012년 중국어 특기생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입사한 A씨는 입사 2개월 만에 렌터카업체 대표로부터 140만원을 빌려 유흥비로 쓰고 빚은 법인카드로 갚았다. 빚을 갚으면서 241만원을 결제해달라고 요구해 100만원을 챙겨 다시 단란주점을 찾는 대범함도 보였다. 또 한 기념품 도자기 생산업체에서 법인카드로 250만원을 결제하고 162만원을 돌려받기도 했으며 이후 같은 수법으로 두 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챙겼다.


◆휴일은 업무의 연장 법인카드로 호텔 투숙=올해 2월에는 지난 2012년 MBC 파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적 업무에 사용해야 할 법인카드로 휴일에 호텔에 투숙하거나 고가의 가방, 귀금속 등을 구매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파업 중인 2012년 3월 김 전 사장이 취임 뒤 2년 동안 법인카드로 호텔비를 내고 귀금속 등을 사는 등 약 6억9000만원을 부정 사용했다며 김 전 사장을 고발했다.


◆법인카드 통한 가족사랑=지난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광역시ㆍ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의회 의원들의 법인카드를 통한 '가족사랑'이 눈에 띈다. 당시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매상을 올려주려고 45회에 걸쳐 업무추진비 820만원을 사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경기도 의회의 한 상임위원장은 가족과 식사하며 수시로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경기도 도의원 한 명은 제주도와 강릉에서 휴가를 보내며 식사비용을 결제할 때 법인카드를 꺼냈다. 한 기초의회 의장은 어머니 생일잔치를 하며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효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법인카드는 만능카드, 못사는 것 없지=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책연구기관들의 법인카드 비상식적인 사용행태가 지적을 받았다. 술집에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사고 택시를 타고 다니며 명품 넥타이를 쇼핑하는 등 업무와 관련 없는 곳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일반주점에서 총 321차례에 걸쳐 3851만원어치를 결제했으며 같은 기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법인카드로 택시비 3억6057만원을 결제했다. 국무조정실 감사 자료를 토대로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선식, 유기농 오이, 고구마 등을 법인카드로 구입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연구사업비 편성 예산으로 명품 '에르메스' 넥타이를 사거나 고가의 향수를 구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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