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중남미 순방에서 돌아왔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28일 국무회의에서 성완종리스트 파문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9박 12일 순방기간 동안 박 대통령을 괴롭힌 복통과 미열에는 빡빡한 일정뿐 아니라 정국 해법에 대한 이 같은 고민이 묻어있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의 마지막 방문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25일 오후(현지시간) 귀국 전용기에 올랐다. 통상 전용기가 이륙하기 전에 기자들 좌석으로 이동해 순방성과를 설명하곤 했으나 이 날은 '전용기 간담회'를 생략했다.
민경욱 대변인과 전광삼 춘추관장은 기내에서 이 같은 계획을 전하며 "편도선이 많이 붓고 고열에 복통, 두드러기까지 생겨 주치의가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귀국 후에는 1∼2일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도 전했다. 박 대통령이 간담회를 생략한 것은 건강상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정리된 답변을 준비하지 못하는 등 고민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박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기에 앞서, 우선 이 총리의 사표부터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7일 오후 사표수리 사실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후 통합형 총리를 뽑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권 실세들이 다수 연루된 성완종 정치자금 파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 큰 그림에서 대국민사과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2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청와대와의 교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 대변인은 27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순방 여독이 풀리고 컨디션이 조절되는 대로 향후 일정과 현안에 대한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침묵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과거 해외순방 때도 귀국 후 2∼3일 정도는 일정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정국 구상에 집중해왔다. 시기적으로는 오는 29일 재보선에서의 민심 향배를 지켜본 뒤 수위를 조절해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면돌파'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 정권 실세나 과거 정권 인사 등을 가리지 않고 부정부패가 발견되면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공무원연금 등 개혁에 실패할 경우 "후손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란 점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견지해 온 전형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지에서 연신 개혁의지를 강조한 것도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후(현지시간) 상파울루 동포간담회에서 "사회개혁에 박차를 가해서 경제 재도약을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간 정치개혁이나 경제개혁을 언급해오다 이번 중남미 순방지에서 '사회개혁'이란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성완종파문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개혁작업을 보다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상파울루(브라질)ㆍ서울=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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