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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화무십일홍과 사철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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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화무십일홍과 사철장미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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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화려하게 폈나 싶더니 어느샌가 철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모처럼 만난 후배와 함께 한 점심, 다소 나른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에 주말을 앞둔 탓인지 자연스레 꽃 얘기가 나왔다. 벚꽃 축제 같은 꽃놀이 얘기까지 나오자 이마에 주름이 보이기 시작한, 아직은 화려한(?) 싱글인 후배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얘기했다. 열흘 가는 꽃이 없다는 이 고사성어를 모르고 당장의 젊음을 믿고 철없이 까부는 청춘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흔히 화무십일홍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떠올린다. 꽃은 열흘을 못 가고, 권력은 십 년을 가지 못 한다는. 좀 더 세련된 원문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세불십년장(勢不十年長)으로 쓴다.

이와 함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인불백일호(人不百日好)란 구절도 널리 쓰인다. 꽃은 피어도 그 빛이 열흘을 못가고, 사람은 좋은 날도 백일을 넘기지 못 한다는 내용이다. 다음 구절은 청춘몽중거(靑春夢中去), 백발불시래(白髮不時來)다. 청춘은 꿈처럼 지나가고, 백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화무십일홍이란 명문장을 가장 먼저 사용한 이는 지금으로부터 900년 전 중국 남송시대의 시인 '양만리(楊萬里)'라고 한다. 양만리는 '월계화(月桂花)'라는 시에서 지도화무십일홍(只道花無十日紅) 차화무일무춘풍(此花無日無春風)이라고 노래했다. 그저 꽃이 피어야 10일을 못 넘긴다고 하지만 이 꽃만은 날도 없고, 봄바람도 필요 없네.


열흘 가는 꽃이 없는 줄 알았더니 날도 따로 없고, 봄바람도 필요 없는 꽃이 있다니 후배가 살짝 걱정(?) 됐다. 월계화는 사시사철 피는 야생장미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투설홍(鬪雪紅), 봄을 이긴다 해 승춘(勝春)이라는 별호로 불리기도 한다. 열흘 만에 지는 여느 꽃과 다른 강인한 생명력에 예부터 선인들이 아꼈다.


한나라 무제(武帝, BC 140~BC87)는 정원사에게 궁의 정원에 반드시 재배하라고 명령했을 정도로 이 꽃을 사랑했다. 송나라 때는 TV 드라마 판관 포청천으로 유명한 포증(999~1062년)이 특히 아꼈다. 포증은 월계화를 귀감으로 삼아 청백리의 대명사가 됐으며 법을 집행하는데 엄격해 포청천이란 별호를 얻었다.
 화무십일홍을 외치던 후배에게 양만리의 시를 넌지시 들려주자 금세 재치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라도 나중에 호를 짓게 된다면 '월계(月桂)'로 짓겠다고.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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