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역발상'이 필요한 때
-저평가된 주식 매수해야. 시가배당률 높은 종목도 주목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고수의 사무실은 강남 반포에 위치했다. 여의도에 둥지를 트는 자문사, 운용사들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 강남일까.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40)는 "주요 고객층이 몰려 있고 무엇보다도 고속도로 진입이 쉬워 기업 탐방 가기에 편하다"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김 대표는 젊은 투자고수다.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20대에 같은 동아리 친구인 최준철 대표와 함께 VIP투자자문을 설립해 벌써 12년째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주에도 부산 출장을 다녀 온 그는 "한 달에 많게는 10번 정도 기업 탐방을 간다"며 "재무제표를 분석한 후에도 직접 방문해 눈으로 회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후 임직원들이 기업 탐방을 간 횟수는 곧 6000회를 넘어선다.
하지만 예전만큼 좋은 종목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저평가된 주식을 싼 값에 사서 오르면 파는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는데 이미 국내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옛날에는 저평가된 종목이 많았지만 요즘엔 50개 중에 2~3개 종목이 나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수가 말하는 투자 비법은 뭘까. 그는 과감한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최근에 은행, 자동차주가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싸다"며 "싼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외치면 모두들 떼 지어 같은 소릴 하지 않느냐"며 "그 전에 많이 오른 주식보다는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이미 증권주를 점찍었다. 당시만 해도 찬밥 취급을 받았던 증권주는 최근 1%대 금리로 올해 최고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가 증권주를 찜했던 것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미만으로 저평가를 받았단 이유에서다.
초저금리 시대 배당주를 눈여겨 보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김 대표는 "시가배당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며 "배당 여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뜻으로 배당 수익을 꾸준히 수취하면서도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VIP투자자문은 설립 후 연 평균 수익률 18%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긴 했지만 그래도 약 10%다. 금리 1%대 시대 고수의 투자 조언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만한 이유다.
김 대표는 회사가 오랜 시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동반자인 최 대표와의 신뢰관계를 꼽았다.
두 사람의 투자 스타일은 다르다. 김 대표가 싼 주식에 초점을 맞춘다면 최 대표는 돈은 좀 더 주더라도 좋은 주식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기업을 평가할 때 이견이 있었던 적도 물론 있다. 하지만 12년간 두 사람을 이어 온 신뢰관계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김 대표는 "친한 친구 사이지만 일과 관련해선 긴장을 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각자 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기다려주고 이후에 성과로 보답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에 회사를 창업했던 김 대표는 올해로 40대에 접어들었다. 고수 치고는 젊지만 30대 펀드매니저들이 수두룩한 요즘 적은 나이도 아니다. 그 새 VIP투자자문도 중견 자문사로 우뚝 섰다.
김 대표는 "기존 생각의 틀에 갇히지 않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젊은 인력을 꾸준히 채용중"이라며 "하지만 난 아직도 충분히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젊은 최고경영자(CEO)"라며 웃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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