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초 개봉 첫날에 62만 관객 동원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대적할 상대가 없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이야기다. 개봉 전부터 90%에 육박하는 예매율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전세계 최초 개봉 첫 날인 23일에만 62만관객을 모았다. 4월 극장가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주요 한국 영화들이 일찌감치 개봉을 늦추는 바람에 '어벤져스2'의 대진표는 탄탄대로다. 아이언맨·헐크·토르·캡틴 아메리카 등 슈퍼 히어로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국내팬들의 관심은 한 가지 더 있다. 과연 '어벤져스2'는 한국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강남 뒷골목을 누비는 스칼렛 요한슨, 서울 지하철에 올라 탄 크리스 에반스
'어벤져스2'의 러닝타임은 총 141분. 이 중 한국 장면은 후반부 약 10분 가량 등장한다. 당초 알려진 20분에 비해서는 짧다. 세계적인 유전공학자 '닥터 헬렌 조(수현)'의 연구실로 한강 새빛섬이 비춰지고, 여의도 빌딩숲을 능선으로 한 마포대교를 배경으로 대규모 추격신이 펼쳐진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강남 뒷골목을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장면에서 '00족발', '000떡볶이'와 같은 낯익은 한국어 간판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지하철에서 '울트론'과 대결하는 장면에서 지하철 좌석배치가 실제와 다르게 배치돼있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짧다', '적절하다' 등 실제로 영화가 공개되고 한국 분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당초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영화 촬영으로 4000억원의 직접 홍보효과와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경제효과를 876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촬영으로 뉴질랜드가 관광특수를 누린 것과 같이 '어벤져스2'로 인해 한국에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조스 웨던(50) 감독은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유전공학으로 주목받는 곳"으로서 한국을 캐스팅했지만, 그런 매력을 영화 속에서 찾아보기는 사실상 힘들다. 엄밀히 말해 마블 역사상 최고 제작비인 총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쏟아부은 '어벤져스2'는 전세계 23개 지역에서 촬영됐으며, 한국은 그 중 한 곳일 뿐이다. 영화적 재미 측면에서 본다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 새로운 캐릭터 합류…더욱 강력해진 슈퍼히어로 군단
마블스튜디오가 영화 제작사로 독립해 마블코믹스 원작 영화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 바로 2008년의 일이다. 그 해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시작으로 우리는 매년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을 극장에서 만나왔다. 2010년 '아이언맨'이 2편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토르:천둥의 신(2011)'과 '캡틴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는 국내에서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어벤져스'가 개봉해 700만명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아이언맨'에 집중돼있던 관심과 인기가 다른 캐릭터들에게로 번지면서 이후에 나온 '토르2: 다크월드(201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등도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매 영화마다 다른 히어로들을 잠깐이라도 등장시켜 다음 시리즈에 대한 밑밥을 깔고, '쿠키 영상(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짧은 예고편)'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블의 '다단계 전략'은 '어벤져스2'에서 절정을 이룬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의 예고편에 깜짝 출연했던 '퀵실버(아론 테일러 존슨)'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가 새롭게 출연해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린다. 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악당 '타노스'의 깜짝 출연은 결국 이번 편이 제3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가는 전초전임을 상기시킨다. 보다 화려하고 규모를 키운 액션, 다양한 캐릭터, 더 깊고 어두워진 세계관 등 '어벤져스2'를 통해 관객들은 마블코믹스가 구출해놓은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전편에 비해 보다 끈끈해진 슈퍼히어로들의 관계 역시 잔재미를 더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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