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용 드론 시장 점유율 60%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의 무인 항공기(드론) 제조업체 다장촹신커지(大疆創新科技ㆍDJI)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드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장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독일 뮌헨에서 동시에 신제품 '팬텀3'을 선보였다. 팬텀3에는 12메가픽셀의 정지 사진, 1080p의 고해상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기본 장착돼 있다.
다장은 홍콩과기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왕타오(汪滔)가 2006년 200만위안(약 3억5190만원)으로 출범시킨 기업이다.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에 자리잡은 다장은 특허 수백건을 확보해놓고 있다. 자사의 지적재산권이 침해됐다 싶으면 경쟁사를 가차없이 제소하곤 한다.
다장의 드론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이용하기 쉽다. 위성항법장치(GPS)와 방향 조절이 자유로운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그러나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팬텀3의 경우 1000달러(약 11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30년대 보잉이 상용 항공기 시장을 주도했듯 오늘날 다장이 민간용 드론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최근 평했다.
국제무인기협회(AUVSI)는 드론이 곡물 작황 조사, 대기오염 연구에서부터 석유 탐사 및 인터넷 보급까지 온갖 부문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윈터그린은 오는 2021년 민간용 드론 매출이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요즘 벤처캐피털은 물론 보잉, 제너럴 일렉트릭(GE), 퀄컴 같은 첨단기술 기업도 드론 제조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신생 드론 제작사 이항(俄航)은 최근 벤처자금 1000만달러를 조달했다.
미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장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자랑하는 다장의 제품 가운데 70~80%는 구미로 수출된다. 지난 4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로 매출은 2010년 300만위안에서 현재 28억위안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장의 웹사이트에는 서비스 불만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미 당국의 규제도 걸림돌이다. 지난 1월 26일 드론 한 대가 백악관 건물에 부딪친 뒤 잔디밭으로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 애호가가 재미 삼아 날렸으나 추락한 드론은 프로펠러 4개짜리 다장 팬텀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백악관과 의사당 부근에서 드론을 날리던 이들이 잇따라 검거되기도 했다.
추락 사고로 드론 규제 운운하는 이들이 늘자 다장은 부랴부랴 자사 드론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다. 업그레이드 내용 가운데는 새로 지정된 '비행금지구역'도 포함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비행 목적이 여가용이고 고도 120m가 넘지 않는 등 안전 규정만 준수되면 애호가들의 드론 이용을 허가해왔다. 그러나 드론은 날리는 이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낮에만 날 수 있다.
업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군에 드론을 납품하는 거대 방위산업 업체들이 드론 시장을 결국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장의 판농페이(潘農菲) 부회장은 자사의 드론 비행 기록이 "수천만시간에 이른다"며 "미 방산업체들이 새로운 드론 모델을 개발하기까지 5~6년 걸리지만 다장은 5~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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