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지난해 6월 4일 치뤄진 전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된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이 '일반적 선거운동'이었다며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기일에서 "의혹 제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선거활동 중 하나"라면서 "법을 어길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승덕 후보가 두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해 (자녀들이)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고, 자신도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해 당선 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교육감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함에 따라 재판부는 이날 배심원 9명(예비 배심원 2명 포함)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했다.
변호인의 모두 진술에 앞서 조 교육감은 직접 발언대에 서서 "이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당황하고 불편한 마음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것이라 놀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어 "선거 활동의 하나로 기소되고 재판도 받게 되니 안타깝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공판에 임하겠다. 사심 없이 평가하고 판단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고 후보의 출마 목적, 교육 경력 등을 볼 때 검증 필요성과 의혹을 제기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서 "기자회견에서 '이런 의혹이 있으니 해명하라'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배심원단에 "이것이 현직 교육감을 퇴임시키고 재선거를 해야 할 사건인지 시민으로서, 판관으로서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 교육감이 "우회적으로 고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암시하는 사실을 포함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의견표명'을 넘어선 '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또 "피고인은 사실상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대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악의적 비방을 지속했다"면서 고 후보의 자서전 등을 통해 허위 여부를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이 교육감으로 적격인지 비적격인지가 아니라, 법을 위반하고 반칙을 했는지에 집중해 판단해달라"고 배심원들에게 요청했다.
23일까지 이어지는 국민참여재판 중 이틀째인 21일에는 고승덕 전 후보, 트위터 글로 처음 그의 미국 영주권 논란을 제기한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등을 대상으로 증인 신문이 잡혀 있다. 선고는 마지막 날인 23일로 예정돼 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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