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jtbc가 15일 경향신문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단독 인터뷰하며 녹취한 파일을 입수해 보도하자 경향신문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자사의 박래용 편집국장이 jtbc의 오병상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향신문 기자가 인터뷰한 녹음파일을 아무런 동의 없이 무단 방송하는 것은 타 언론사의 취재일지를 훔쳐 보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언론윤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이에 대해 “경향신문이 유족의 동의를 받아 진실규명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넘긴 것인데 그것을 다른 언론사가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메인 뉴스에 보도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박 편집국장은 오 보도국장에게 “유족이 녹음파일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방송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jtbc는 방송에 앞서 녹음파일을 공개할 것이라는 예고를 내보냈다. 뉴스룸 앵커인 손석희 사장은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해서 그 (녹음파일) 대부분을 방송할 것”이라며 수차례 예고했다.
경향신문은 또 성 전 회장의 장남 승훈 씨가 jtbc 보도국에 전화를 걸어 “고인의 육성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방송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자사는 “그런 유족의 뜻에 따라 녹취록은 지면에 싣되 육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jtbc가 입수한 녹음파일은 이날 경향신문이 검찰에 제출할 때 보안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자진 참여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김인성 씨가 검찰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온 뒤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jtbc 측에 ‘경향신문 보도 후에 활용하라’며 녹음파일을 넘겨주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검찰에 성 전 의원의 녹음파일을 제공하고 16일 지면을 통해 전문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jtbc가 예기치 못하게 육성 녹취를 공개하자 경향신문도 계획을 앞당겨 이날 전문을 내보냈다.
jtbc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은 손석희 사장에게도 향하고 있다. 손 사장은 방송을 통해 “(녹취와 관련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전체적인 맥락을 전달함으로써 실체에 접근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이 “시민들의 알권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손 사장의 ‘알 권리’ 주장은 논거가 취약하다는 반박이 나왔다. 경향신문이 성 전 회장의 발언을 순차적으로 충실히 보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jtbc가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로 나서야만 했던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다.
‘알 권리’는 권력기관이 통제하는 정보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공개할 때 내세우는 이유다. 또 사안의 당사자가 반대하지만 공익적인 측면에서 정보를 보도할 때 근거로 삼는 논리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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