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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뒷談]'D의 공포'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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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뒷談]'D의 공포'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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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디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6년 만에 0%대로 예상했던 것이 'D의 공포'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을 둘러싼 오해도 많은 게 사실이다. 디플레이션을 둘러싼 논쟁들 중 진단이 엇갈리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짚어보자.

①오해 1=지금은 디플레이션인가?
디플레이션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에서 통일적으로 합의한 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 장기침체 속에 물가가 전반적인 품목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은은 우선 3%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장기침체가 아니고, 전반적인 품목이 아닌 데다(481개 품목 중 7품목 하락)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 않아서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말한다.


굳이 표현한다면 비나인디플레(benign deflation·공급측면 디플레이션)에 더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공급측면 디플레이션은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나 저유가 같이 공급 충격이 될 만한 요인들 때문에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은 1869~1896년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1.8% 떨어졌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 3.8% 고성장을 지속하는 이례적으로 '좋은 디플레이션'을 보였다.

반면 멀라인 디플레(malign deflation·수요측면 디플레이션)는 소비, 투자 등 총수요가 위축돼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물가도 내려가고 성장률도 떨어진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총수요에 큰 타격을 줄 만한 요인은 없고, 저유가로 인한 공급 측면에서 저물가가 나타나는 현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수요곡선의 이동으로 인한 '나쁜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뜻이다.


담뱃값 상승분을 뺀 물가상승률을 구하는 것 역시 디플레이션의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이 9일 전망한 물가상승률 0.9%에서 담뱃값 상승분을 빼면 실질적 물가상승률은 0.32%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정부지출과 관련된 무상급식은 예외적인 상황이라 물가상승률을 계산할 때 제외하는 것이 맞지만 담뱃값 인상분을 빼는 것은 모든 변수를 포함하는 물가상승률의 정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②오해 2=저(低)물가는 무조건 나쁜가?
오늘 3000원 하던 김밥이 내일 2500원이 되면 소비자는 좋다. 문제는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 자체가 아니라 저물가가 예상돼 소비주체들이 지갑을 닫을 때 일어난다. 사려고 내놓은 상품보다 사려고 하는 욕구가 더 떨어지면 기업은 도산하고 실업은 늘고 이는 수요를 더욱 위축시켜 물가하락을 부채질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저가 위주로 소비시장이 편성된다는 건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소비가 풍요로워지는 이점은 분명히 있다. 다만 이것이 '성장의 과실'이 아니고 버는 힘이 약해 나타나는 형상이라면 고용, 기업 등 공급이 망가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은은 아직까지 이것이 '버는 힘'이 약해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현재의 저물가가 경제주체들에 물가 예상 심리를 떨어뜨리고 이것이 임금이나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실현적(self profilling)' 영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것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경감시킨다. 임금 상승 폭은 낮지만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비농림어업,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2013년 명목임금 상승률은 3.9%, 2014년 상승률은 2.5%(1분기 2.9%·2분기 1.8%·3분기 1.5%·4분기 4.0%)다. 실질임금 상승률도 각각 2.5%, 1.3%다.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의 물가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5%대를 보이고 있다.


③오해 3=디플레이션은 자주 있었나?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있었던 사례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두 시기에 불과하다. 1930~1933년 기간 중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실질GDP는 각각 25%, 29% 떨어졌다. 주가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지속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디플레이션의 대표 사례다.


공급차원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저물가를 디플레이션 가능성으로 연결하다 보면 경제주체의 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008년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디플레이션 발생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10월 중 미국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전월 대비 1.0% 하락했는데 이를 근거로 Fed는 공격적인 양적통화완화정책 등으로 향후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축소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카네기멜론대학의 멜처 교수는 Fed가 지속적인 물가수준 하락이 아니라 일시적인 물가수준 하락에 근거해 디플레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학교로 돌아오라(go back to school)'는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디플레이션과 성장의 관계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는 연례보고서에서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디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간 연결고리가 낮다. 오히려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이 대형 기관들의 투자 결정에 의해 몰려다니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마저 커진다"고 지적했다. BIS는 1870년부터 2013년까지 140년 이상 38개 경제를 분석한 결과 디플레이션 기간 동안 경제는 평균 3.2% 성장했고 인플레이션 기간엔 2.7% 성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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