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에서 0.9%로 대폭 끌어내렸다. 한은이 ‘0%대’ 물가상승률을 내놓은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한은은 9일 '2015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를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9%로, 지난 1월 전망치보다 1.0%포인트 하향조정했다. 1년 전 예상했던 전망치 2.8%보다 1.9%포인트나 떨어졌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작년 4월 2.8%에서, 2.7%(작년7월), 2.4%(작년 10월), 1.9%(올 1월)로 지속적 낮아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부문별로 보면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2.3%로, 지난 1월 2.6%보다 0.3% 포인트 떨어졌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지난 1월2.6%에서 2.4%로 하향 조정됐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전망에 비해 1%포인트 큰 폭 하향 조정한 것은 1분기 실적치 외에 국제유가 하향 조정 및 공공요금 인하 가능 성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0%대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IMF 외환위기 시절이었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1999년 10월에 1999년 전망치를 0.8%로 내놨다. IMF 시절 만큼 물가수준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한은은 이에 대해 물가의 급속한 하락 원인이 국제유가 하락에 있는 만큼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는 게 한은 입장이다. 실제 한은은 저유가 영향 등으로 당분간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겠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라 점차 상승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2%로 잡은 것도 그래서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모든 품목의 물가가 하락하고 안좋은 방향으로 갈 때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며 "481개 품목으로 소비자물가 조사하는데 석유류 관련 7개에서 하락폭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대 유지되고 있다"며 "내년에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디플레이션 우려는 현재로서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당장 디플레이션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국제유가를 제외하더라도 계속해서 낮은 물가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성장률 자체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세가 지속되면 기대심리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외부적 충격과 결합되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속보치(0.4%)보다 떨어진 0.3%로 집계된 것이 올해 성장률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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