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수사 본격화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 진술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검찰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3일 "대상을 한정짓지 않고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또 "수사 대상과 범위에 대해 제한 없이 자료를 검토하겠다"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했다.
수사팀은 자료를 검토하며 '성완종 메모'의 내용이 사실인지를 짚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팀장은 "메모에 오른 리스트를 중심으로 (수사)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수사팀이 우선 집중할 부분은 성 전 회장의 '정치자금 전달자'가 됐을 측근의 '입'이다. 성 전 회장은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07년 당시 허 본부장(허태열)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갔다"고 하는 등 측근이 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돈을 줄 때 '전달자'로 지목한 언론인 출신 윤모 전 부사장이 검찰 수사 1순위가 될 전망이다. 윤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을 묻자 돈을 전달했던 것을 시인하는 듯한 말을 했었다.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전화해 돈을 잘 받았나 확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 전 회장의 또 다른 측근 한모 부사장이 검찰에서 진술할 내용도 주목된다. 그는 경남기업의 비자금을 관리하며 정계로비 '전달자'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추가로 제기되는 의혹도 확인할 전망이다. 14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사망 직전 2013년 4월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금이 불법 선거자금이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통화에서 '이 총리가 당시 회계 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 성 전 회장은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말했다. 이는 이 총리가 성 전 회장 측근에게 각각 12통과 3통씩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캐물었다는 주장한 것과 합쳐져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또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비망록도 입수해 사실여부를 대조해볼 방침이다. 이 비망록에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말까지 약 2년치 접견기록 일부 내용이 담겨있다. 이 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과 만나 식사한 기록들이 포함돼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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