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무인기입니다. 그럼 이륙하겠습니다"
경쾌한 엔진 소리를 내며 양쪽 날개 끝에 달린 2개의 프로펠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경차 보다 더 짧은 3m 길이 남짓 작은 비행기가 서서히 땅위로 떠올랐다. 이륙과 동시에 프로펠러가 앞으로 기울며 비행을 시작했다. 곧 시속 250km/h 속도로 어느새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수직이착륙과 고속비행의 모든 과정은 무선으로 조정됐다.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고속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틸트로터 TR-60이 지난 10일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군사용이나 방송에서 쓰이는 헬리켐으로 잘 알려진 무인기의 차세대를 이끌 비행기다.
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본부장은 "TR-60은 최대 고도 4.5km까지 날 수 있고, 6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며 "일반 헬리콥터 보다 2배 이상 속도가 빨라서 넓은 지역의 감시와 수색, 정찰, 운송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틸트로터를 실용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2500억원을 투자해 어군탐지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수직이착륙에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배 위에서도 충분히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기존 헬기 보다 운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 본부장은 "해양사고시 긴급출동 무인기 등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틸트로터 무인기가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틸트로터를 활용한 첨단 무인항공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무인기 시장은 지난해 기준 53억달러에서 오는 2023년 125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군용 시장에 비해 턱없이 규모가 작았던 민간 시장은 연평균 35%나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이 성장하자 선진국간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2020년까지 1만대 이상 상업용 무인기가 운용될 전망이며, 구글과 페이스북도 무인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무인기 기술 경쟁력은 2012년 기준 세계 7위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부품 제작과 설계, 충돌 감지ㆍ회피 등 핵심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세종=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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