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결과 발표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지난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선체를 통째(one-piece) 인양하는 방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검토 결과를 내놨다. 선체 인양 시 소요기간은 12~18개월로 최악의 경우 2000억원까지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인양 여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확정하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결과 발표를 통해 "세월호의 인양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상크레인+플로팅도크 조합해 통째인양=인양방식은 해상크레인 사용방식과 플로팅도크 사용방식을 조합하는 방법이 다른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실종자 유실과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종자 수습차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절단방식은 배제됐다.
이는 누워있는 세월호를 바로 세우지 않고 선체측면에 93개의 구멍을 뚫은 후, 와이어를 선체 내부의 튼튼한 구조물에 연결(샤클링)해 두 대의 대형 해상크레인으로 해저면에서 약 3m 정도까지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이어 수중시야가 좋은 수심 30m 지점으로 이동해 수중에서 플로팅 도크에 선체를 올린 후 플로팅도크를 부양한 다음 최종 인양하게 된다. 크레인장비는 1만t, 8000t급 등 두대가 필요하다.
박준권 해수부 항만국장은 "해상크레인과 플로팅도크 조합방식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선체를 끌어올릴 때 와이어와 연결된 선체의 일부가 힘을 견디지 못해 파손이 예상돼 부분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며 "선체의 휘어짐으로 선체가 절단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좀 더 정밀한 조사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맹골수도와 같은 해역에서 세월호 규모의 여객선을 수중에서 통째로 인양한 사례가 없는 만큼, 실제 인양작업에서 위험상황 등 불확실성도 크다는 평가다. 건조 후 20년이 경과된 세월호의 부식, 세월호 내 화물 등에 따른 무게중심 이동 등으로 인양과정에서 국부(부분적) 파괴에 따른 2차 사고 위험도 제기된다.
세월호의 무게는 6825t 급이지만 수중 내에서는 부력작용으로 8400t, 수면 위로 올릴 경우 1만200t에 달한다. 박 국장은 "두 대의 해상크레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선체의 정확한 무게중심이 매우 중요하나, 침몰하는 과정에서 화물의 이동 등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어 해상장비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정확한 무게중심을 산정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선체인양 결정 시 경험과 기술이 풍부한 인양업체가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통해 위험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기술적 실패 등 최악의 경우 2000억원 소요=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게 될 경우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은 기상조건과 기술진행 상황에 따라 12~18개월, 1000억~1500억원이상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양과정에서 수중작업만 6개월 이상 가장 길게 이뤄질 전망이다.
정상적인 날씨조건이 지속될 시 인양기간은 1년, 인양비용은 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비용은 수중작업 49%, 장비용선료 23%, 주요자재 13%, 기타 15% 등이다. 기상상태가 다소 나쁘거나 인양과정에서 일부 부분적 실패가 빚어지면 소요기간 18개월, 비용 1500억원 이상이 들 전망이다. 심각한 기술적 실패가 발생할 경우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국장은 "비용과 시간은 비례한다"며 "통상 12개월로 예측했는데 날씨가 더 좋고 좀더 숙련된 사람들이 투입되고 장비가 바로바로 오게 되면 1년 이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 이탈리아 질리오섬 인근에서 전복된 11만4147GRT급 MS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경우 12억2000만달러가 투입돼 인양기간만 30개월이 소요됐다.
또한 박 국장은 인양 시 선체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신유실 위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잠수사들이 현장에 들어가 확인하며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의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창문이 깨져서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면 창문 봉쇄를 하는 등 잠수부들이 미리 확인해 인양업체들이 다 방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빠른 시일 내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 등에게 기술검토 TF 결과를 설명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시 한번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이달 내 기술검토보고서를 최종 완성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제출한다. 인양여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중대본에서 결정하게 된다.
선체인양이 확정될 경우 2~3주간 인양업체들로부터 기술제안서와 가격 등을 제안받고, 1주간 평가에 돌입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약조건 협상 마무리 등 1~2주를 더 거쳐 인양업체 선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후 해당업체가 세부 인양방법 등을 설계하는데 3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국장은 "TF를 통해 검토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인양 시작시점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소 줄여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양과정에서 기름제거 작업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해수부는 3월 말까지 기술검토를 끝낸다는 방침이었으나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선체 측면이 휘어지며 파괴될 가능성 등이 제기돼 추가 검토하는 데 시일이 더 소요됐다. 또 초기에 검토하지 않았던 1000드럼 상당의 잔존문, 기름 처리방법도 추가됐다.
박 국장은 기술검토가 늦어지며 최악의 경우 연내 작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면서도 "합리적으로 선체 인양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 해역은 연간 잠수작업 가능일수가 208일이지만 11~2월, 7~8월경에는 태풍 등으로 잠수 작업일수가 적다. 3~6월, 9~10월이 가장 좋은시기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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