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지수 올해 22.5% 상승…IT 비중 높은 선전지수는 50% 폭등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 거품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7일까지 올해 22.5%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의 상승률도 IT업종 비중이 높은 선전종합지수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선전종합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무려 50.0%에 이른다. IT주 거품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2000년 미국 IT 거품은 아무 것도 아니었을 정도로 현재 중국의 IT 거품이 심각하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IT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 3월 나스닥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56배였던데 비해 현재 중국 IT 업종의 비율은 22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상하이와 선전 양 거래소의 대형주 주가를 추종하는 CSI300 지수는 올해 20.6% 올랐는데 CSI300 기술업종 지수는 무려 69%나 올랐다. 올해 시총 10억달러 이상 세계 IT기업 중 주가 상승률이 높은 상위 50위 이내 기업들이 모두 중국 기업들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IT 기업의 성적은 눈부시다. 지난해 10월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베이징티안리 모바일서비스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1871% 오른 상태이며 PER은 379배에 이른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빈센트 챈 애널리스트는 "중국 IT주는 닷컴버블기의 미국 주식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거품이 빠지면서 IT주 주가가 50~70%씩 급락했다"며 "중국 IT주 주가도 거품이 빠지면 비숫한 수준의 큰폭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재 청쿵 경영대학원의 텅 빙셩 부학장도 "시장에서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IT주 주가의 급등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과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양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들을 연결하는 '인터넷 플러스'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선전종합지수는 양회를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 흐름을 보였는데 덕분에 지난달 상승률은 무려 20.6%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후강퉁에 이어 홍콩 거래소와 선전 거래소를 연결하는 선강퉁도 곧 시행할 예정인데 제도가 도입되면 중국 IT 기업들이 좀더 원활하게 외국인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IT 기업의 거품이 붕괴된다고 해도 2000년 미국 증시에서처럼 시장 전반의 폭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 미국 시장에서 IT업종 비중은 31%에 달했지만 현재 중국 전체 시가총액에서 IT업종 비중은 13%로 낮기 때문이다.
선완 홍위안 그룹의 규 하오밍 이사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꼭 비이성적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많은 기업들이 높은 이익 증가율로 밸류에이션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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