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사상최고가 10% 남겨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나스닥 지수가 닷컴 버블 시대로의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스닥 지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5000선 재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3월 5048.62의 사상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했던 나스닥 지수는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2002년 10월 1114.11까지 하락했다. 거품 붕괴로 주가가 80%나 곤두박질치면서 사상최고가 경신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경신이 가능해도 그 시간은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됐다.
실제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대공황을 맞으며 1929년 급락하기 시작해 1932년까지 주가가 90% 폭락했다. 이후 대공황 이전 수준의 최고치를 회복한 것은 1954년 후반이었다. 25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현재 나스닥 지수는 사상최고가에 불과 10% 부족한 상황이다. 15일 나스닥 지수는 4518.90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4.58% 오른 나스닥이 약 15년 만에 5000선 재진입을 가시권에 두고 있는 셈이다. 만약 나스닥이 5000선에 다시 진입한다면 이는 월가 역사에서 가정 극적인 부활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결코 나스닥 5000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말에는 실질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띄웠지만 지금은 훨씬 더 지속가능한 기업들이 존재한다"며 "우리는 5000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구글의 상장과 애플의 성장은 나스닥 회복을 이끄는 기폭제가 됐다. 공모가 85달러였던 구글의 주가는 현재 573달러를 기록 중이다. 2000년 시가총액 20위권에도 들지 못 했던 애플은 현재 1위로 뉴욕증시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1997년과 1999년에 각각 상장된 아마존닷컴과 온라인 여행사 프라이스라인은 닷컴버블 붕괴의 혼란을 뚫고 성장했다. 최근에는 질리어드 사이언스를 필두로 한 바이오 기업과 테슬라 모터스,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나스닥 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시스템즈, 퀄컴 등의 구관들도 여전히 나스닥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T 로우 프라이스의 조시 스펜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애플, 구글, 프라이스라인 등 현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으며 지난 12~18개월 동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등 구관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스닥을 대표하는 종목들의 면면도 바뀌었다. 정보기술(IT) 기업은 여전히 나스닥에서 38%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1999년 말 57%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위상이 많이 약해졌다.
시가총액 상위 다섯 종목의 면면도 절반 이상 교체됐다. 2000년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시스템즈, 인텔, 오라클,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순이었지만 지금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질리어드 사이언스 순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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