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의 5개 역이 내일 새벽 개통된다. 이로써 김포공항에서 종합운동장까지 38분(급행 기준)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역 주변 부동산 가격이 벌써부터 들썩거리는 등 기대가 크다. 반면 안 그래도 출근길 '지옥철'로 불릴 만큼 혼잡한 9호선이 연장 개통되면 승객이 더 몰려 혼잡도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크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지만 혼잡을 줄이기에는 미흡하다. 수요 예측 실패와 안이한 교통정책,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힘겨루기가 낳은 불편을 시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9호선이 연장 개통될 경우 예상되는 출근 시간대 최고 혼잡도(정원대비 승객 수)는 무려 237%에 이른다. 열차 한 량에 정원(158명)의 두 배가 넘는 374명이 탄다는 뜻이다. 이는 지옥철 2호선의 최고 혼잡도 200%를 넘어선다. 화재 등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추돌, 급정거 등으로 대피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대형 안전사고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런 혼잡은 9호선이 강서와 양천 등 주거지에서 여의도와 강남 등 업무지구를 관통하고, 시민들이 급행열차를 선호하며, 마땅한 대체 교통수단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서울시는 미리 대처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울시는 어제서야 뒤늦게 예비차량 투입, 급행 순환버스 운행, 조조할인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것도 김포에서 신논현까지 30분 안팎에 가는 9호선의 편리성을 대체하기는 부족한 근시안적 미봉책이다. 아침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위험하더라도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는 승객이 버스를 타고 갈 리는 없지 않는가.
열차를 늘리는 게 근본 해법이나 서울시가 예산을 확보 못해 올해 증차는 물건너갔다. 서울시는 내년 9월 20량, 2017년 50량 등 70량을 증차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9호선 이용자들은 앞으로 1년6개월 동안 매일 지옥철을 타야 할 판이다. 서울시는 증차 전이라도 급행열차와 완행열차 간 운행을 조정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이 걱정이다. 안전을 확신하지 못하면 연장된 구간의 운행을 늦추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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