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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보다 엄한 기업규범' 역설한 상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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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어제 취임식에서 "상공인들이 법보다 기준이 높은 선진규범의 울타리를 만들어 스스로 적용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이 엄격한 자기 규제와 책임감, 윤리로 재무장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자는 뜻이다. 기업인의 일탈이 빈발하고 국민 사이에 반(反)기업정서가 높은 현실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다.


'법보다 기준이 높은 선진규범'을 강조한 박 회장의 발언이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과거 기업들이 보인 자세와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나 기업들은 기업인이 사법적 처벌을 받을 때마다 반기업정서를 의식한 과도한 법 적용이라는 주장을 펴기 일쑤였다. 경제적 기여를 내세워 잘못을 덮으려고도 했다. 경제단체장이자 대기업 총수인 박 회장이 기업인의 우월적, 후진적 사고에 메스를 대자고 앞장선 것이다.

박 회장이 기업의 변화를 강조한 배경에는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정서가 있다. 기업과 기업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도 차갑다. '땅콩 회항' 사건은 빗나간 기업인의 행태와 이에 반응하는 국민의 정서가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대한상의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전국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기업호감지수(CFI)를 조사한 결과에도 그런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호감지수는 44.7점(100점 만점)에 그쳐 2005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경제 기여, 윤리경영, 생산성, 국가경쟁력, 사회공헌 등 5개 요소 중 윤리경영 부문은 21.9점에 그쳐 가장 낮았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개선과 규제개혁을 전담할 부서를 신설키로 했다. 선진 경영관행과 규범을 조사하고 우수 사례를 보급해 기업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의 다짐이나 전담부서 설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각 기업이 반기업정서의 심각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 기업인, 특히 대기업 오너가 사회적ㆍ시대적 요구를 인식하고 변화에 앞장서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3년 2월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기업윤리헌장'을 요란하게 발표했다.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셀 때였다. 그 헌장은 지금 가물가물하다. 대한상의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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