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연구팀 내놓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신경세포 전달 후 분해되는 원리가 규명됐다. 이번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 관련 연구 뿐 아니라 피부미용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이스트(KAIST, 총장 강성모) 물리학과 윤태영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던 NSF(단백질 그룹 중 하나)가 스네어 결합체를 분해해 세포수송을 지속시키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7일 발표했다.
2013년도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제임스 로스먼, 랜디 셰크먼, 토마스 쥐트호프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등의 주요 물질이 자루 모양의 지질막인 소포(vesicles)에 담겨 택배처럼 전달되는 과정을 발생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상자들은 소포의 막을 열어 세포막과 융합해 물질을 분출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인 스네어(SNARE)라는 단백질과 물질을 분출한 후의 스네어 단백질 재활용을 위해 기능하는 NSF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잘 알려진 보톡스도 스네어 단백질의 작용 과정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보톡스가 스네어를 절단해 소포가 세포막과 융합하지 못하게 만들어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막고 근육의 수축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런 운송 업무가 있기 때문에 우리 세포는 신체 곳곳에 단백질과 같은 물질이 공급돼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있다. NSF와 스네어 단백질은 30여 년 전에 발견됐는데 각각의 물질이 작용하는 방식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세포막과 결합한 스네어 결합체를 NSF가 어떤 방법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과학자들은 NSF가 스네어 결합체를 분해할 때 끈을 조금씩 푸는 것처럼 점진적 과정을 통해 분해가 이뤄지고 하나의 스네어 결합체를 분해하는 데 ATP라는 연료 역할을 하는 유기화합물 수십 개가 필요하다는 가설을 주장했다.
윤 교수팀의 연구는 단분자 형광 기법과 자기집게 기술(magnetic tweezers)을 사용해 이런 가설을 반박했다. 마치 매듭의 양 끝을 잡고 당기면 한 번에 풀리듯 ATP를 주입하면 NSF가 스프링처럼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스네어 결합체 전체를 단번에 폭발적으로 풀어냄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에 규명된 NSF는 근육의 이동, 단백질 분해, DNA의 복제와 이동 등 신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AA+ 단백질 그룹에 속해있다. 따라서 NSF와 비슷한 구조의 AAA+ 단백질 그룹은 함께 동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많은 생물 현상 이해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네어 단백질은 신경세포 통신과 인슐린 분비 등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어 윤 교수팀의 성과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 관련 연구 뿐 아니라 피부미용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교수는 "생물 물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최고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여러 대사질환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고등과학원의 현창봉 교수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라인하르트 얀(Reinhard Jahn) 교수팀,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호민 교수팀과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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