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대주주의 불법에 극적 반전을 이끌어낼 것 인가. 대주주의 불법과 거짓에 멍든 기업들에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 등의 방식으로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목소리내는 투자자가 열매를 더 따는'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오는 정기주총 결과에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선풍기 제조업체 신일산업의 김영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개인 유상증자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날 검찰에 송치됐다. 김 회장은 4분기 판관비와 매출채권 일부인 70여억원을 거래처가 신일주주 주식 약 450만주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신일산업은 지난해 초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며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개인투자자 황귀남씨(마일즈스톤 대표)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불법과 부정을 심판하기 위해 황 대표와 손을 잡고 주주제안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공개토론회를 갖고 오는 30일 정기주총에서 임원 보수한도 감액ㆍ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주총 안건으로 제안했다. 일부 주주들은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최대주주가 횡령ㆍ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된 참엔지니어링 소액주주도 30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새로운 경영진에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은 창업주인 한인수 회장을 횡령ㆍ배임으로 고발한 최종욱 대표에게 지난 16~18일 주식 264만주를 장외매도했다. 이로써 최 전 대표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 총 1137만5425주(40.35%)를 확보했다. 소액주주들은 창업주 한 사람이 온갖 불법과 거짓으로 회사의 가치가 추락시킨 데 대한 심판이라며 최 대표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삼환기업도 대주주 일가에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지난 20일 열린 정기주총서 경영진을 퇴출시켰다. 이날 최대주주인 최용권 명예회장의 장남 최제욱 상무와 대주주 일가 측근인 신양호 상무보의 선임안건이 부결됐다. 삼환기업은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중동시장에 진출한 중견기업이지만 2세 경영자인 최용권 명예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임직원 폭행과 계열사 부당지원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최용권 명예회장은 지난 1월 신민상호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삼환기업을 참여시켜 18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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