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부에 좋고 친환경적이어서 유아복과 침구류 등 생활과 밀접한 천연염색 제품들이 각광을 받는다. 개인적인 취미에서 시작해 전업으로 천연염색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인기는 염색 원료 재배부터, 제작, 공방 운영 등까지 천연염색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영세한 개인 공방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천연염색은 제작 공정에서 원활한 분업화가 이뤄지지 못해 늘어나는 원가도 부담이다. 화학염색보다 수 십 배 혹은 100배까지 비싸다.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기도 역부족이다. 패턴 디자인도 숙제가 많다. 그래서 몇몇 생활용품 이외에 대부분 소수 마니아층으로 관심이 한정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방에 편중된 천연염색 시장을 도시와 연계해 활성화하는 장이 열린다. 고운 빛깔의 천연염색 상품들을 구경해 볼 수 있는 전시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까지 염두에 둔 행사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창덕궁 맞은편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열리는 '건강한 아름다움 천연염색' 전시다. 천연염색을 전문으로 하는 공방 19곳이 참가한다. 염색재료에서 침구류와 스카프와 같은 의류, 가방, 신발 등 다양한 천연염색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오는 21일 개막식에서는 천연염료로 화권(畵圈) 작업을 시연한다. 10m가 되는 긴 두루마리 천에 천연염료로 고구려벽화와 전통문양을 시연하는 퍼포먼스가 열릴 예정이다. 일반인들은 쪽과 약재 염료를 이용한 손수건과 스카프 염색, 전문과정에서는 아름다운 차실에 어울리는 천연염색 족자 바탕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야기 마당에서는 장정대 교수는 천연염색 혁신과 관련한 ‘저온염색’을, 박현 한국학연구소장이 동양학적 관점에서 천연염색 패턴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영화 천연염색 '다다人' 공방장은 "이번 행사는 제대로 된 천연염색을 전시 판매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국내 천연염색 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자리라는 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고 했다.
차(茶)문화 전문 공간인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이번 행사를 공동 주관하는 이유는 천연염색이 차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차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라면 단연 천연염색 제품이듯, 중국에서도 최근 차와 관련한 복장 패션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전시는 다음달 5일까지. (02)765-563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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