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기준 금융부채 96조8415억원…판매 촉진·사업 다각화 전략 주효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부채 공룡'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변신을 거듭하며 공기업 정상화의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방만경영 개선,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부채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19일 LH에 따르면 2013년 말 105조7000억원에 달했던 금융부채가 지난해 말 98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한 해 동안 7조2000억원을 감축하며 금융부채를 100조원 밑으로 떨어뜨렸다. 2009년 통합 출범 이후 줄곧 연평균 7조6000억원씩 증가하던 금융부채를 처음으로 줄인 것이다.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가 18일 현재 96조8415억원까지 내려갔다.
공신력 있는 해외 신용평가 기관의 신뢰도 얻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스앤푸어스(S&P)·무디스·피치 모두 LH의 신용등급을 한국 정부와 같은 수준(Aa3)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보유 중인 토지 판매에 총력을 다한 덕분이다. 이재영 사장은 2013년 6월 취임한 이후 조직 내 판매경쟁시스템인 '판매목표 관리제'를 도입했다. 본사 사업·판매담당 부서장, 지역·사업본부장들과 판매경영계약을 맺고 연말 판매실적을 인사와 인센티브에 반영하는 제도다. 그 결과 지난해 27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보유자산 20조원 판매'라는 목표를 정하고 총력판매체제에 돌입했다.
사업 방식을 다각화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특히 민간을 끌어들여 재무 부담을 줄이고 민간 건설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LH는 올해 민간 공동개발, 리츠를 통한 임대주택 건설 등 민간 자본을 활용해 자체 사업비를 약 1조원 절감할 계획이다.
LH는 지난해 방만경영개선 부분에서도 큰 성과를 올렸다. 2개의 노조가 있는데도 대형 공기업 중 처음으로 노사합의를 통해 방만경영 개선과제를 이행했다.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 지원, 휴직급여 등을 대폭 축소하는 등 1인당 복리후생비(375만원)를 전년 대비 266만원 줄였다. 2급 이상 간부사원들은 3년간 매년 금융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그 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 직원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것이다.
LH는 올해 공공기관 정상화 2단계 추진, 경남 진주 이전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변화에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 '3S 미래경영'을 키워드로 꺼내들었다. 핵심사업 위주로 슬림화(Slim)하고 민간-공공 공동 사업 방식을 확대(Share)하며 관리·지원 중심의(Software)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판매목표관리제를 넘어 사업의 손익을 관리하는 '사업목표손익관리제'를 시범 도입한다. 판매목표관리제가 총량 위주로 목표를 부여한다면 이 제도는 사업손익 담당자가 연 3회 사업단계·연도·제품유형별 손익을 따져 사업건전성을 확보한다.
LH 관계자는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을 축소하는 등 핵심사업 위주로 기능을 재편하며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주요 정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공기업의 새로운 경영 모델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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