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제2의 중동붐'을 조성해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은 최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신성장전략으로 추진 중인 '산업다각화'와 맞물린다. 1970~1980년대 중동 건설 붐에 뛰어들어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켰던 것처럼 이번엔 포스트오일시대를 대비하는 중동국가들과 손잡고 해외 건설과 플랜트의 고부가가치화, 중소기업 해외진출, 외국인 투자 유치 등에서 실질적 성과를 얻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해외진출 등에 대한 세부적인 지원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중 체결된 MOU를 시작으로 탄탄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제2중동붐의 실질적 성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19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405억달러 상당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장 보건, IT분야에서 9억6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며, 44건의 MOU 체결에 따른 후속 성과가 기대된다.
향후 원전 부문에서는 사우디 스마트원전(20억달러) 수출과 UAE 원전 운영지원 계약(15억~20억달러) 수주가 예상된다. 할랄식품 수출 규모는 올해 8억달러에서 2017년 12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플랜트 프로젝트에서도 쿠웨이트 신정유공장(130억달러), UAE 후자이라 정유공장(50억달러), 파드힐리 가스플랜트(25억달러) 등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사우디 젯다 메트로(70억달러), 랜드브릿지 철도(70억달러) 등 철도 프로젝트가 손꼽힌다.
이는 수주가 확정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한 기대효과일 뿐, 실제 성과는 제대로 된 대책 추진에 달렸다. 정부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중동 순방 효과는 몇배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쿠웨이트의 비전 쿠웨이트 2035 등 중동국가들은 각 국가별로 석유부문 외 SOC, 보건, 정보통신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산업다각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도 확대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2014~2017년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산업분야별 프로젝트 규모는 총 76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2020년 카타르 월드컵, 두바이 엑스포 등 대규모 국제행사도 예정돼 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중동국가들이 산업다각화를 위해 집중 육성하는 ICT, 보건의료 등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부문"이라며 "우리 기업의 진출을 한층 더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제1의 중동붐이 1970년대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조성됐다면, 제2의 중동붐은 다양한 신산업에서 청년층의 전문직 일자리를 기반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청년층의 해외 취업을 위한 유망 일자리 수요 조사·발굴, 교육, 취업 알선 체계를 구축,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 5000명 규모의 해외진출 인력을 2017년 1만명 내외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만 범정부적 '제2 중동붐' 조성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총론은 좋지만 각론은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중동국가들의 산업다각화를 계기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이를 경제활성화의 축으로 삼는다는 구상은 좋으나, 세부적인 지원방안과 계획이 마련돼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통령 순방 중 체결된 MOU는 현재로선 성과라 보기 힘들다"며 "후속조치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각론, 특히 중동의 특성을 감안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박사는 "금융조달능력이 관건"라며 "단순히 중동의 자금에 의존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필요하고 스마트 원전 등도 공동개발할 부분이 많다"며 "단순히 우리 기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금력, 금융협력 부문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동 진출에 따른 리스크 우려도 제기된다. 정 차관보는 "중동지역은 지리적 리스크가 많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 보증, 보험 등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확충해 나가려 한다"며 "개별 발주처 리스크 부분은 일반적인 상업금융기관이 보증해줘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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