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미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은 다음 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리는제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회의에서 주한미군에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국방부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KIDD 회의는 안보정책구상회의(SPI),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 전략동맹(SA) 2015 공동실무단회의(SAWG) 등 다양한 한미 국방 회의체를 조정, 통합하는 차관보급 회의로 1년에 두 차례 개최된다. 이번 KIDD 회의에서는 우리 측은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미측에선 데이비드헬비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가 각각 대표를 맡는다.
이번 KIDD 회의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논의한다면 한미간에 공식적인 첫 협의가 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 (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라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3NO' 발언은 최근 여권 내에서 일고 있는 '사드 공론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 정부에게는 우리의 협상전략의 입지를 유지하며, 중국에게는 사드 배치에 대한 외교적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가 취해왔던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군도 이 같은 입장을 같이 했다.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 미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필요하지만 군사적 필요성을 표면적으로 표현할 수 는 없다는 것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국방장관 시절 사드를 구매할 계획은 없지만 주한미군 배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설명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쪽으로 방침을 세워놓고 여론을 살피기 위해 배치설을 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내에 운용되는 미군자산은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에 근거해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지만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는 아직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KIDD 회의를 통해 한미 간 협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작년 6월 3일 국방연구원 포럼에서 "사드 체계는 더욱 광범위한 탐지 능력, 위협에 대한 더욱 뛰어난 인지능력, 우리의 현 체계에 더해지는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며, 실제로 사령관으로서 (미 정부에 배치를)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비용을 미측과분담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중국의 강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탐지거리가 2천㎞에 달하는 전방기지모드(Forward-based Mode) AN/TPY-2 레이더가 함께 배치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결정에 앞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반발과 한국내 반대 여론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이번 KIDD 회의에선 작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 기존 '전략동맹 2015'을 대체하는 새로운 전략문서를 작성하는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한미는 올해 10월까지 새로운 전략문서를 완성하고 이 문서에 전작권 전환의 주된 조건인 한국군의 능력을 가늠하는 주요 사업의 완성시점을 명시할 예정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 체인'의구축 완료시기인 2023년 전후가 전작권 전환 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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