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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 임권택 감독 "김훈의 문장, 영상화가 가장 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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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중년 남성의 갈등 사실적으로 그려내

영화 '화장' 임권택 감독 "김훈의 문장, 영상화가 가장 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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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임권택(79) 감독의 신작 '화장'은 이미 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벤쿠버국제영화제, 스톡홀름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16개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심리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17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임권택 감독은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게 보이고자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화장'은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임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다.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하얀 모래밭에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관을 옮기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임 감독은 "이 작품에서 '화장'은 여성들이 하는 화장과 죽어서 태워지는 화장이란 뜻을 함의하고 있다. 첫 장면을 상여로 시작했는데, '인생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이고 관념적인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63)는 아내의 간병에 지쳐있으면서도 새로 회사에 들어온 젊은 여직원에 마음이 빼앗기는 화장품 회사의 임원 '오상무'역할을 맡았다. 안성기는 "장례식장과 병원을 오가는 촬영이 많아서 심적으로도 힘이 많이 들었다. 영화 43회차 중 43회를 모두 찍는 일이 나로서는 처음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본인이 연기한 '오상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회사의 임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으며, 하나 밖에 없는 딸은 외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고, 본인도 전립선 비대증으로 분출하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며, 사랑하는 아내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 중에서도 최고를 달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암에 걸린 '오상무'의 아내는 김호정(47)이 연기했다. 육체적 고통과 황폐해진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김호정은 삭발에 체중감량, 전라 노출까지 감행했다. 오상무가 욕실에서 병든 아내를 간병하는 장면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임 감독은 "욕탕에서 아내가 몸을 가누지 못하자 오상무가 수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는 바지만 나오도록 촬영을 했다가 중단했다. 도저 사실감이 나오지 않아서 김호정 씨에게 전신을 찍어야겠다고 말했는데, 감독으로서 배우에게 큰 실례를 범했다. 영화를 빛내준 김호정 씨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호정은 "죽어가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고통을 잘 표현해야 했다. 오히려 촬영이 들어가서는 어렵지 않았는데, 다만 이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 망설였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욕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장면에서도 안성기 선배가 크게 배려를 해주셔서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영화 속에서 아내는 죽지만, 배우로서의 저는 새 마음을 먹게 해준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상무'가 흠모하는 '추은주' 역할은 김규리(36)했다.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임 감독이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김규리는 "임 감독님과는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후로도 감독님이 다시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항상 임 감독님과의 작업은 큰 배움이자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는 이 영화의 미덕에 대해 임 감독은 '사실성'이라고 답했다. 원작을 쓴 김훈 작가의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문장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도 털어놓았다. "원작을 영화로 제대로 만들지 못했을 때의 열패감이 상당히 클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찍었다. 다 찍고 나서 도무지 내가 찍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가장 궁금하다." 4월9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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