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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눈으로 본 남북한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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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전시 ‘한반도 오감도’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외눈박이 눈으로 본 남북한 건축 '한반도 오감도'에 전시된 '불가능한 여행'. 사진= 아르코미술관 신경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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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는 북한의 '판문각', 북쪽에서 보는 남한의 '자유의 집'. 판문점 내 두 가지 시선을 담은 사진 두 장에는 적막감과 황량함이 흐른다. 병사들은 풍경처럼 못 박혀 정면을 응시한다. 미동조차 없는 그 모습은 정적 속에 충만한 불안을 고조시킨다.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소(Alessandro Belgiojoso·52)는 이탈리아 외교부의 후원을 받는 사진작가로서 여러 건축 관련 잡지에 사진을 기고하고 있다. 그가 전시한 사진 두 장은 ‘과거’의 사건으로 말미암은 분단이 가장 가까운 공동체인 남과 북의 ‘현재’를 얼마나 멀리 떨어뜨려 놓았는지 실감케 한다.


그러나 ‘불가능한 여행’이라는 사진 두 장은 건축전 ‘한반도 오감도’에 나란히 전시됨으로써 과거, 현재에서 나아가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이 되었다. 전시 기획자 중 한 명인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교수(53)는 “건축을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면서 우리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남북분단은 한반도 지난 100년의 상징
지난 11일부터 서울 동숭동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건축 전시 ‘한반도 오감도’는 ‘남북 분단’이 주제다.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뒤 여는 귀국전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 렘 콜하스(Rem Koolhaas·71)는 모든 참가국 전시관에 ‘현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라는 공통 주제를 제시했다. 지난 100년 동안 각국의 근대성이 건축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보여 달라는 뜻이었다.


한국관 기획팀은 조민석 커미셔너(49·매스스터디스 대표),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54), 안창모 교수로 구성됐다. 이들은 ‘남북 분단’이 우리 근대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보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반만 년 문화를 공유한 서울과 평양 두 도시를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줄 기회였다.


한반도 오감도는 “그 자체로 미래”
‘한반도 오감도’가 최고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를 보여주는 데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프랑스관의 경우 ‘우리가 지난 100년을 만들었어’하는 자부심과 ‘정말 잘 만든 것 맞나?’하는 반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반도 오감도’는 달랐다. 배 교수는 “남한과 북한의 건축이 함께 전시된다는 사실부터가 새로운 미래를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남북 분단은 이번 전시와 같은 구성원의 노력에 따라 과거, 현재와는 다른 미래가 될 수 있다.


외눈박이 눈으로 본 남북한 건축 '한반도 오감도' 전시회 전경



‘건축은 사회를 반영한다’
‘한반도 오감도’는 ‘삶의 재건’, ‘모뉴먼트’, ‘경계’, ‘유토피안 투어’ 등 네 섹션으로 구성됐다. ‘삶의 재건’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 아래서 전후에 남북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복구해 나가는지를 다뤘다. 배 교수는 “자본주의 진영의 ‘서울’은 굉장히 무질서했다. 우리 체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사회주의 하의 ‘평양’은 완벽하게 통제되는 도시답게 계획적으로 미술관, 박물관 등을 만들어나갔다. 사회주의가 가진 계몽적 측면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모뉴먼트’는 이념에 따라 달라진 작가의 명성을 부각했다. 김수근으로 대표되는 남한의 건축가는 명성을 얻었고, 위대한 지도자에게 위상을 넘겨준 북한의 건축가는 익명 속으로 스며들었다. ‘경계’는 비무장지대(DMZ)를 생태학?역사학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상상한 미술, 건축, 문학 작품으로 채웠다. ‘한반도 오감도’ 속의 비무장지대는 적대보다는 화해와 상상의 잠재 공간에 가깝다. ‘유토피안 투어’는 195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북한 판화, 조선화, 선전 포스터를 모아 전시했다. 안 교수는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거기까지 닿지 못한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건축을 통해 넓어진 통일 논의-오감도에서 조감도로
‘한반도 오감도’ 기획팀은 처음에 남·북공동건축전을 생각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아 ‘남한의 눈으로 바라본 분단 이후 남·북한 건축’ 전시에 만족했다. 한국관의 전시 제목이 ‘한반도 오감도’가 된 이유가 여기 있다. 시인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烏瞰圖)’는 새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것 같은 도면 ‘조감도(鳥瞰圖)’의 변형이다. 새 조(鳥)자의 한 획을 빼 까마귀 오(烏)자로 바꿈으로써 불안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배형민 교수는 “오감도는 한 눈이 외눈이 되어서 세상을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시선을 뜻한다”며 “그런 시선은 남한의 입장에서 남북한 건축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관 전시가 비엔날레를 통해 공개되고, 또한 최고상을 수상한 후 국내에 가져온 문화적인 영향은 꽤 길게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 전시는 국내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56)은 이번 전시를 통해 “통일 논의가 정치,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는 예전에 없던 건축 섹션이 마련되기도 했다. (서울 동숭동 아르코 미술관 5월 10일까지 전시 월요일 휴무)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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