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에 왜곡된 인도를 바로잡고 같이 본다
'친디아(Chindia), 10 억이 넘는 인구, 석가모니, 산스크리트어, 힌두교와 거리를 휘젓는 소, 마하트마 간디, 시인 타고르, 지팡이를 짚은 긴 턱수염의 성자, 일상이 철학적이자 낙관적인 사람들, 불가촉천민이 있는 카스트 제도, 여성 가족에게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 감옥을 부수고 들어가 강간범을 돌로 쳐죽이는 주민들, 핵폭탄을 가진 나라, 새롭게 떠오르는 경제와 IT강국… …'
책 좀 읽는다는 필자가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 정의하기가 상당히 난해하다. 이런 인식의 대부분은 언론 기사와 몇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인도를 책으로 접한 경험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영혼의 순례자 (조연현)', '인도방랑(후지와라 신야)' 정도다.
이들 책으로부터 이해된 인도는 명상과 구도의 나라, 길거리의 걸인마저도 철학적일만큼 성자와 철학자가 넘치는 나라, 느리게 느리게 힐링하는 나라, 베낭 메고 아무렇게나 한 번은 떠나보고 싶은 나라였다. 삼천년에 걸쳐 정립된, 심오할 수 밖에 없는 힌두철학이라는 저자들의 말에 '정말 그렇겠구나' 했다. 그래서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들을 열심히 추천했다.
그러다 이 책들에 대해 격분하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의 CEO였다. "이 책들이 말하는 '인도와 인도 사람들'은 저자들의 정신적 환상으로 실상을 지독하게 왜곡하는 것, 비즈니스 현실에서는 특히 그렇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CEO의 설명을 듣다보니 충분히 화를 낼만 하다 싶었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다가 1947년 독립했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가 떨어져 나갔다. 1973년 우리나라와 공식 수교했고 미국, 유럽보다 앞선 2009년 CEPA(자유무역협정,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했다. 양국간 교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와 우리의 인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서다.
그러고 보니 출판 현실에서도 그런 현상은 분명해 보인다. 신흥 경제강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를 묶은 '친디아'라는 단어가 익숙한 지 오래됐는데도 '중국을 제대로 알자'는 책은 홍수를 이루는 반면 '인도를 제대로 알자'는 책은 일부러 찾아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인도, 100년을 돌아보다'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는데 기여해 보자고 국내에서 인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인도연구원이 기획한 책이다. 당연히 '인도여행'의 '여 자'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인도 관련 석학들이 영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독립 이후 현재에 이르게 된 인도의 역사와 현실을 짚은 '기획 강연'을 번역해 엮었다.
석학들이 공통으로 고민하는 것은 '인도의 국가적 정체성'이다. 땅, 언어, 문화, 사람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도 석학들에게도 이리 난해한 인도를 가능한 정확히, 많이 이해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관이나 기업가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인도, 100년을 돌아보다 / (사)인도연구원/ 서해문집 / 2만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