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독일)=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지난 12일(현지시간) 뮌헨 공항내 리모와 가방 매장. 배우 이서진이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가지고 나와 일명 '이서진 가방'으로 유명세를 탄 이 가방은 본고장 독일에서도 인기 있는 모델 대부분이 진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판매 직원은 "요즘 아시아계 손님들이 많아 물건이 입고되는 즉시 판매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 남은 전시용 제품이라도 구매하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며 구매를 권했다.
리모와가 자취를 감춘 이유는 간단하다. 환율 하락으로 저렴하다고 생각한 외국인들이 앞다퉈 구매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20만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는 간판 모델인 토파즈가 독일에서는 600유로(약 72만원)대에 살 수 있다. 순간 유로화 환전을 위해 출국전 은행에 들렀을 때 "환율 참 좋을 때 유럽 가시네요. 3년전 제가 유럽 갈 때만 해도 1500원대였는데…"라며 부러워하던 은행 직원 말이 생각났다. 16일 현재 유로화 환율은 1200원 정도다.
이날 리모와 매장도 독일로 출장온 중국인들로 북적거렸다. 막 계산을 끝낸 한 중국인은 기자에게 "독일에 오면 꼭 사야 하는 게 이 가방이다. 유로화가 많이 내려서 지금 안사면 돌아가서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오기 직전에는 친구 부탁으로 루이뷔통 스피디백도 하나 샀다"면서 "유로화가 싸니깐 여기 저기에서 물건을 좀 사다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 귀띔했다.
한국인들은 휘슬러, WMF, 헹켈 등 독일 산 생활ㆍ주방용품을 주로 구매했다. 서울행 귀국 항공편에는 휘슬러와 WMF의 압력밥솥, 냄비 세트를 박스채 포장해 비행기 화물로 부치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이 역시 독일 현지 가격이 한국 백화점 보다 30~50% 저렴하다.
제조 유통 뿐 아니다. 호텔들도 유로화 하락이 반갑다. 뮌헨 공항 옆 힐튼호텔의 에른스트 반 주트펜 비즈니스 개발 부문 책임자는 "보통 독일에는 아시아계 여행ㆍ출장객이 많지 않다. 대부분이 유럽 주변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계 손님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아시아 외 지역에서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뮌헨에 거주하는 25세 취업 준비생 마르틴 할은 유로화 하락과 부쩍 많아진 외국인들이 반갑다고 말했다. 유로화 하락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 유로존 붕괴를 연상시켰던 과거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그는 "유로화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독일 제품의 수출이 늘어 독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과거와는 다르게 독일 사람들도 유로화 하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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