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로화 가치가 당분간 약세를 지속해 빠르면 올해 안에 '1유로=1달러'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리시간으로 1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유로당 1.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달러화 대비 18%가량 가치가 추락한 유로화 가치는 올해 이미 10% 넘게 하락한 상태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와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부터 양적완화를 위해 내년 9월까지 총 1조1000억유로의 국채매입을 통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당분간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지배적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패리티(parity·1유로=1달러) 시대도 가능하다는 진단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오는 9월께 1유로=1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로화의 가파른 하락세를 반영해 향후 6개월 환율 전망도 종전 유로당 1.10달러에서 유로당 1달러로 조정했다. 1년 후에는 환율 역전 현상이 나타나 유로·달러 환율이 유로당 95센트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1유로당 0.9달러에 불과했던 2000년과 2001년 수준으로 유로화 가치가 추락할 것이란 얘기다.
헤지펀드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카일 배스 대표도 최근 미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1유로=1달러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며 지금의 유로화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페트르 크라파타 ING 외환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늦어도 2분기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ECB가 비틀거리는 유로존 경제를 살리고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 유로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로화 약세는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와 디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되살리는 자양분이 된다. 통상 유로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0.33%포인트 상승 효과를 본다. 이와 관련해 ECB는 최근 유로존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1.5%, 1.9%로 상향 조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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