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은 23일 '세 가지 차트로 예상해 보는 2025 한국 시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2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며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도 고배당주와 가치주가 계속 아웃퍼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외국인 순매수, 삼성전자 제외하면 약 12조원 순매수
코스피가 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불거진 강달러 압력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불안감, 국내적으로는 계엄 이후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문제다. 특히 올해 내내 지속된 밸류업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 결정타였다.
그러나 올해 외국인 순매매 동향을 집계해보면 특이한 현상이 하나 관찰된다. 삼성전자 한 종목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실제로 한국시장을 12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8월까지 누적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25조원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9월부터 대대적인 순매도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현재(12월20일)까지 2024년 누적 순매수는 1조5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이 순매도의 대부분이 사실상 삼성전자 보통주 한 종목이다. 9월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19조8115억원인데 삼성전자 보통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18조9767억원(약 96%)였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한국주식을 거의 팔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12월 탄핵 정국 이후 은행 등 여타 업종으로 매도세가 번지고 있기는 하지만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외국인 매도의 70%는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5년을 내다보는 지금 지나치게 비관적 시각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 고배당주와 가치주가 계속 아웃퍼폼
12월 들어 각종 불확실성이 불거지고 있으나 스타일로 보면 가치주와 고배당주의 아웃퍼폼이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밸류업 기대감이 퇴색되긴 했으나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자체를 없던 일로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배당기산일을 내년 초 이사회 결의 이후로 바꾼 회사들은 결산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내년 1분기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 가치주인 조선 업종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 조선사들과 우호적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4명이 초당적으로 조선업 강화법을 발의했다.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 목적인데 백악관 내에 해양 안보 보좌관직 신설, 미국 상선을 10년 내 250척까지 확대, 조선소 투자에 25%의 투자세액공제를 신설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미국산 상선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외국에서 건조한 상선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선박 수리도 다른 국가에 개방한 것은 한국의 수혜가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25년 가치주 우위를 전망하는 이유
12월 FOMC 이후 미국 연준의 대대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이 급격하게 퇴색됐다. 경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중소형주와 성장주에 유리한 장이 오는데, 보편관세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중소형주와 성장주 우세국면이 올 것이라 섣불리 전망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03년 이후 WMI500 순수가치와 순수성장, WMI 대형주와 중소형주 지수의 월간 상대강도를 평균과 표준편차를 사용해 Z-score로 표준화해 보면 20년간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지금은 전형적인 대형주와 가치주 우위 장세다. 하반기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가 시작된 후 판도가 변하지 않을까 지켜보았지만 아직까지 변화는 없다.
과거의 움직임을 되짚어 보면 IT버블이 붕괴된 직후였던 2003년은 중소형 성장주가 우세했으나, 중국발 CAPEX 장세가 전개되며 2008년까지는 가치주 장세로 전환됐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발발 이후 제로금리 환경이 지속됐지만 중국발 소비부양 장세로 인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도 가치주 우위가 지속됐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인 디플레이션과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며 4년간 중소형 성장주 사이클이 이어졌다. 2016년~2019년은 이머징마켓 경기반등과 반도체 수퍼 사이클 붐을 탄 대형주 장세였으나 2020년 코로나 발발로 국면이 또 한 번 전환된다.
박 연구원은 "내년 예상치 못한 국면 전환이 있을지 아니면 올해의 흐름이 이어질 것인지 현재까지 흐름으로 보면 아직은 가치주에 머물러 있는 것이 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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