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임금인상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계의 반발에 한발 뒤로 물러났다. 경제 5단체장과 직접 테이블에 앉았지만 임금인상은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에 동의하며 '원론적 대화'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 부총리는 조만간 경제 5단체장들과 골프 회동에 나서기로 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경제장관-경제5단체장 오찬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브리핑을 통해 “임금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동반 성장 차원에서 납품단가를 통해서 하청업계에 배려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최 부총리의 발언을 감안할 때 한발 후퇴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 강연 이후 이달들어 공식석상은 물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등에서도 거듭 기업의 임금인상 노력을 강조해왔다. 이날 모두말씀에서도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도 청년고용, 적정수준의 임금인상, 투자활성화 등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제5단체장과의 만남은 최 부총리가 소득주도의 성장론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거듭 언급한 직후 이뤄져, 임금인상과 관련한 경제계의 통 큰 화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임금인상에 대한 정부와 경제계 간 합의는커녕, 정부가 재계의 반발에 한 발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정 차관보는 "(최 부총리가 언급한)적정수준의 임금인상은 결국 민간 자율적으로 결정돼 가는 과정”이라며 “서로가 이해하고 납득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위원회라는 노사와 공익이 참여하는 회의체가 결정하도록 돼있다”며 “경상임금과 소득재분배 반영한 수준에서 결정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라는걸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론은 사실 시작부터 예상됐다.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선 모두말씀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전반의 임금 높여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저임금 문제는 경제문제, 소득구조 고려해서 장기적으로 마스터플랜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임금인상에 선을 그었다.
그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세수확대 영향이 적고 경기에 악영향 준다는 부총리 견해에 동감한다며 "신중하게 실질적인 효과 얻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역시 “올해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60세 정년 확대로 기업들의 총 임금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고 임금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적정수준의 임금인상이 내수진작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 부총리가 고용과 임금 가운데 고용을 먼저 거론한 것에 주목했다.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까지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이날 만남의 결론은 골프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활성화' 언급에 이어 서비스연합회장을 역임한 박병원 회장이 “서비스업계의 어려움이 크고, 위축돼있는 분위기를 전환 시킬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하며 골프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최 부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조만간 적당한 날짜를 잡아 함께 골프를 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측에서 최 부총리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경제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박병원 경총 회장 등이 참석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