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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기사들은 왜 '돈가스'를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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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기사들은 왜 '돈가스'를 먹었을까? 돈가스 맛 집 /tvN '수요미식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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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돈가스를 집중 조명하면서 인터넷 상에서도 이 음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기사식당 등에서 많이 팔고 있는 한국식의 '왕돈가스' 등에 시선이 쏠린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들어온 돈가스는 어떻게 기사식당에서 팔리게 됐을까.


기사식당 돈가스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기 쉽지 않다. 요사이 식당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지만 과거에는 노포일지라도 업소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던 곳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업에 대한 신고도 정확하지 않았고 메뉴도 지금과는 다른 곳이 부지기수였다.

몇 가지 역사적 사실로 짐작을 해보면 우리나라에 택시가 도입된 것은 1920년대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영업용 택시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이기 때문에 이 시기 기사식당의 원형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문 기사들을 찾아보면 '운전수식당'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하고 있는 것들이 눈에 띄는 것으로 볼 때 기사식당이 1960년대에 본격적인 영업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설득력을 얻는다.


기사식당에서 돈가스를 판 것이 언제인지 역시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선 돈가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음식의 일종인 포크커틀릿이 일본에 들어와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1200여년 동안 육식을 금지했던 일본이 서양문화가 급속히 들어오는 과정에서 육식을 국민들에게 권장하면서 만든 요리법이라는 것이다. 1895년 처음 만들었을 때는 포크커틀릿을 그대로 옮긴 '포크가쓰레쓰'라고 불렸지만 포크를 한자로 바꾸고 가쓰레쓰를 부르기 쉽게 만들면서 1929년 돈가스라는 이름이 처음 나왔다. 이 과정에서 얇은 고기를 소량의 기름에 조리하는 방식은 기존 일본 튀김 요리인 '덴뿌라' 등의 영향을 받아 두툼한 고기를 잠길 정도로 넉넉한 기름에 튀겨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영향으로 돈가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30~1940년대로 짐작된다. 하지만 먹고 살기도 쉽지 않았던 시대에 돼지고기를 튀겨 파는 게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을 리 만무하고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시작한 것은 경양식집이 널리 생기기 시작한 1960년대였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식당도, 돈가스도 196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경양식집의 인기 메뉴 돈가스가 기사식당의 메뉴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이 보다 조금은 더 시간이 흐른 뒤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에는 찌개나 백반 등이 주력이었을 것이고 이후 돈가스 등으로 메뉴 다양화의 도전이 이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돈가스 조리법을 배워와 서울 도심에 문을 연 명동돈가스가 창업한 시기는 1983년이었고, 기사식당으로 성북동 일대에 돈가스 식당 열풍을 일으킨 금왕돈가스는 1987년 개업했다.


그러면서 기사식당의 한국식 돈가스는 빨리 조리할 수 있도록 얇아졌고 밥과 국, 그리고 고추를 곁들이는 모양을 갖춰갔다. 서양에서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돈가스가 기사들의 인기 메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돈가스의 재료로 주로 쓰이는 돼지고기 등심은 쇠고기 등에 비해 저렴한데다가 단백질, 비타민, 철분,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도 풍부했다.


기사식당에서 곁들여 먹는 고추 역시 비타민과 칼륨 등이 많이 함유돼 있고, 고추의 캡사이신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단백질의 소화를 도와 자칫 무겁게 느끼기 쉬운 돼지고기 튀김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짝꿍이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앉아서 운전을 해야 했고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선 소화도 빨라야 했던 기사들에게 제법 잘 어울리는 식단이었던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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