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터넷 추천 맛집은 믿을 게 못 된다. 지난 주말 외식이나 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해 꾸역꾸역 찾아갔건만 그만 뒷목을 부여잡고 거품을 뿜을 뻔했다. 맛집이라는 그 식당은 한여름 사이비 종교 부흥회를 연상시키는 소음과 소란과 소동이 가관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기가 다 타도록 놔두는 종업원의 불친절과 빈 접시를 아무리 흔들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주인장의 무심함에 고마 팍 상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었던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고기는 또 얼마나 질긴지 너덜너덜한 자전거 바퀴가 형님하고 고개를 숙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뭣이라! 입에서 살살 녹는 대한민국 최고 갈비집? 친절과 정성으로 고객을 가족같이? 아늑하고 격조 있는 분위기? 이게 다 인터넷 알바들의 낚시질이었단 말인가. 그들의 호들갑에 우리 가족은 희생양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타이어인지 고기인지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씹는 턱관절이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집밥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가르침이 무려 십칠만원. 집에 오자마자 라면 하나를 끓이는데 기가 막힌다. 왜 우리는 맛집이라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야 하는가. 왜 맛집은 (맛집도 아니면서) 다들 그렇게 불친절한 것인가.
인터넷 추천 맛집의 문턱이 닳는 것은 일종의 '편승 효과'다.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대세를 따르는 심리다. 과거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 악대차를 앞세워 군중을 이끌었다는 데서 유래한 '밴드왜건 효과'와 일맥상통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리에 속하길 원한다. 맛집이라면 당연히 음식 맛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앞다퉈 몰려가는 것은 그래서다. 영화를 볼 때 웃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미국 도시문제 전문가 데니스 저드처럼 시니컬한 지식인들은 이런 심리를 '들쥐 떼'로 폄훼하지만 군중심리는 기실 우주삼라만상의 근원이다.
김영란법이 논란이다. 대중의 지지에 '편승'하고 국회의원들끼리 또한 '편승'하면서 잉태됐지만 국회 출산 과정에서 왜곡되고 말았다. 김영란법을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마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니 명분도 실리도 이미 잃었다. 국회의 헛발질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소문만 무성한 저 맛집처럼 시작만 창대하고 끝은 미약한 꼴이라니. 다만 저 너덜너덜한 타이어 고깃집은 다신 안 가면 그만이지만 김영란법은 어쩌란 말인가. 이제라도 궤도를 수정하는 것을 천우신조로 여겨야 하나. 너덜너덜해진 김영란법의 명복을 빌 뿐이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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