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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장관 후보자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이유

시계아이콘01분 10초 소요

인사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여러 의혹들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지만 나는 이들에게 보내야 할 것은 규탄과 성토가 아니라 연민과 감사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들이 모두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위장전입'에 대해선 법적 정의의 차원에서 다시 생각을 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위장전입은 이들에게 정말 '불가피'했다. 반성해야 할 이는 후보자들이 아니라 그 불가피한 사정을 몰라주는 우리 사회이며 각박한 국민들이다. 법의 평등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것을 모르는 '무지한' 국민들이다.

이들의 불가피했던 사정은 무엇인가. 이들의 처지는 법을 지키기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랏일을 하느라 챙겨주지 못한 자녀들이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 걱정에 잠시 주소를 좋은 학군에 둘 수밖에 없었고, 온 정신이 오로지 공공의 복리에 대한 고뇌로 꽉 차 아내가 한 일을 남편이 전혀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겐 대(大)를 위하느라 소(小)를 소홀히 하게 된 이의 고충이 있었고, 부모 때문에 '불우'해지게 된 자식에 대한 애끓는 사랑이 있었으며, 중요한 일을 하느라 사소한 것은 보지 못하는 장애의 아픔이 있었다. 그러니 누가 이들에게 감히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의 비애와 노심초사를 알아주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돌멩이를 내려놓고 감사와 경의의 화환을 준비해야 한다.


아니 그걸 넘어서 이들이 좀 더 떳떳이 나라와 사회를 위한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을 아예 고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각성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공소시효 소멸을 통해 면죄를 받게 할 게 아니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이들에겐 위장전입의 불가피성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법치의 결손을 메워야 한다. 왜 진즉에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스스로 실망스럽다.


여기서 염려되는 것은 그렇다면 아예 위장전입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견이다.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일이 없는 이들에겐 엄격히 적용해야 옳다. 그것이야말로 법의 정신에 맞다. 법이 그 어원(法) 그대로 물처럼 흐르게, 그러니까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법이 낮은 곳의 사람들에게 향하는 것, 그거야말로 법치의 완성이 아니겠는가. 이번 청문회는 우리가 그 길로 갈 수 있느냐는 한 시험대다. 법치의 선진화로 가는 관문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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