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반대" 정부 방침에 고육책 고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진퇴양난에 빠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보너스 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어 정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보너스 인상은 북측의 일방적인 북한 근로자 임금인상 통보에 따른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12일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위적으로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체 기업이 다 따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협회에서야 정부 방침대로 북측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과연 그렇게 될 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 "실제적인 북한의 압박이 시작되면 입주 기업들만 중간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를 경우 혹여 북측 근로자들이 태업이나 잔업거부 심지어 파업에 나선다면 치명타를 받을 수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보너스 등 변칙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북측의 임금 인상안 일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대표는 "현재 올 상반기까지 납기가 다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 측이 잔업을 거부하거나 태업 혹은 파업을 강행해버리면 정말 심각한 상황에 빠져버리게 된다"면서 "결국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임금이 아니라 상금 명목으로 울려줘서 (북한 측을) 달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도 입주 기업들은 목표 달성 시 보너스 개념의 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요구대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임금이 인상될 경우 입주 기업들의 전체 부담액은 현재보다 최소 연 175억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월 70.35달러. 여기에 초과근무수당격인 가급금이 포함되면 입주기업들이 북한 근로자 1인에게 지급하는 월 평균 금액은 160달러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
또 북측 기관에 납부하는 사회보험료(인상된 임금 및 가급금 포함)도 15%나 인상돼 1인당 월 24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5만4000여명이 근무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월 129만6000달러(14억6059만2000원), 연간으로는 총 1550만2000달러(175억2710만4000원)를 더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북한의 일방적 통보는 남북 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어떠한 방법이던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입장을 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 금융권 대출 및 방북 제한 등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