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대형은행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대형은행들의 2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대형은행 3곳이 턱걸이로 합격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조건부 합격(conditional approval)' 판정을 받았다. 독일 도이체방크와 스페인 방코산탄데르 미국 법인 등 외국 은행 두 곳은 최종 불합격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공개된 1차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미국 대형은행들은 모두 하위권에 포진됐다. 1차 테스트는 금융위기와 같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가정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시험해 본 것이다. 2차 테스트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들이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등 주주들에게 돈을 나눠줄 수 있는 여력을 가졌는지를 알아봤다.
JP모건·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는 주주배당과 자사주매입 계획을 수정해서 제출한 뒤에야 시험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수정안대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도이체방크, 방코산탄데르는 모기업이나 주주들에게 계획대로 돈을 줄 수 없게 됐다.
BoA는 오는 9월30일까지 재수정된 지출 계획을 내야하며 Fed는 이를 토대로 최종 판결을 다시 내릴 예정이다.
BoA는 지난해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자본지출 계획을 수정한 뒤 합격했다. 하지만 이후 규제자본 비율 대해 제출한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돼 예정됐던 40억달러(약 4조5272억원)의 자사주매입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Fed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긴 했지만 대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씨티그룹 등 다른 25개 은행들이 조건 없이 시험을 통과한 점은 성과다. 특히 지난해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씨티그룹은 올해도 불합격 할 경우 마이클 코뱃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퇴출될 위기에 놓일 뻔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뱃 CEO가 1억8000만달러를 들여 은행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시험 통과를 위해 각별히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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