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 대형 은행들의 금융위기 상황 극복 능력이 강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내 대형 은행(유럽 은행 미국 지점 포함)들을 대상으로 1차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31개 은행이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테스트는 연말까지 ▲주식시장 60% 급락 ▲집값 25% 하락 ▲실업률 10%로 상승 ▲국내총생산(GDP) 4.5% 감소 ▲유가 110달러로 급등 ▲회사채 시장 붕괴 등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Fed는 1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성명에서 "31개 은행 모두 위기를 견뎌낼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국 내 대형은행들은 자본 수준을 높이고 가계·기업 대출 능력을 강화하는데 지속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Fed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처음 실시한 2009년 이후 평가 대상 은행 모두가 합격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이 금융위기 상황에 대응할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느냐 여부를 판별해 2008년 금융위기 상황 재현을 막겠다는 취지로 매 년 실시된다.
특히 1차 테스트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부문은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서 대출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자본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다. Fed가 정한 기본 자기자본(Tier1)비율 최저기준은 5%다. 지난해에는 테스트 대상 은행 30개 가운데 자이온스은행이 유일하게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올해는 31개 은행 모두 이 문지방을 넘는데 성공했다.
기본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34.7%를 기록한 도이체방크트러스트다. 다만 미국 대형은행 가운데서도 규모가 큰 모건스탠리(6.2%), 골드만삭스(6.3%), JP모건체이스(6.5%), 뱅크오브아메리카(7.1%). 웰스파고(7.5%), 시티그룹(8.2%) 등이 하위권에 포진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이번 1차 스트레스 테스트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가정한 '매우 부정적' 시나리오에서 31개 은행은 모두 490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Fed가 30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추정 손실액이 5010억달러로 나온 것 보다 개선된 결과다.
이제 초점은 Fed가 오는 11일 발표할 2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로 옮겨진다. 1차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2차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테스트가 위기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을 지속할 수 있는 자본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에 초점이 있었다면 2차 테스트는 배당, 자사주 매입,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느냐를 시험한다.
지난해에는 씨티그룹,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방코산탄데르 등 4개 은행이 2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계획에 대한 Fed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활용된다.
한편 이번 테스트 대상이 된 31곳의 은행들은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은행들로 모두 합쳐 미국의 은행 자산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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