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 한미관계 악화 안되길"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55)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가 6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미관계가 악화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문에 참석했던 김씨의 변호인 황상현씨는 "본인은 그렇게 상처가 깊을 줄 몰랐다며 리퍼트 대사에 거듭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김씨가 피의자 최후 발언을 통해 거듭 유감을 표시하며 한미관계가 악화되질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 변호사는 "김씨가 조찬 모임 초청장을 받고서 '미국이 왜 그러냐' 따지려고 했는데 그날 분위기가 무슨 표현을 할 수 없겠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해 위해를 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소지했던 과도가 김씨 자신이 집에서 2년 동안 써 온 것으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며 "뜻대로 안 되면 자해할 생각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커터칼도 지니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평소 전단지를 나눠주니까 테이프를 자를 용도로 들고 다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필요에 따라서는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법정에서 황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김씨의 '우발적 범행'이었고,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변호사는 "(김씨가) 예전에 분신을 해서 수전증이 있고 손가락도 틀어져 있어 그런 몸으로 살해할 능력은 안 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다소 격해졌으며, 북한 관련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와 관련된 압수물 목록에는 컴퓨터와 하드, 구식 핸드폰, 삐삐 등이 있었지만 불온도서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을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4시30분 부터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심문을 끝낸 뒤 김씨는 휠체어를 타고 눈을 감은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