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수명 10년, 경리단길은 2년?…"활황이 오히려 거리 죽인셈"
임대료 올라 개성있던 가게들 떠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입점…'풍경의 평준화'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이태원동 경리단길, 청운효자동 서촌 등 일명 '뜨는 길'의 생명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이 거리들은 모두 이색적인 카페나 레스토랑, 디자이너 의류숍들이 생기면서 점차 유명해진 곳으로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들로 꼽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 입소문 효과를 얻으면서 순식간에 시내 명소로 부상한 것도 세 곳의 공통점. 보다 차별화되고 이색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젊은 층 코드에 부합한 덕이지만 빠르게 그 특색을 잃고 정체기를 맞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상권 뜨자 투자붐…개성 잃고 '보통 길' 전락= '지금의 가로수길은 예전의 가로수길과 전혀 다른 곳'이라는 지적은 현재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경리단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가로수길이 10년여에 걸쳐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면 경리단길의 경우 불과 2년 만에 정체기로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남산까지 여유롭게 걸어오르던 옛 풍경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뜨내기 손님들로 인해 점점 더 특색 없고 시끄럽기만 한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또 골목 어귀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퓨전 맛집이 들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모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들어선 것도 경리단길을 차별성 없는 일반상권으로 만든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골목 어귀마다 파스쿠찌,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이 입점해 있는데 대부분 문을 연 지 2년이 채 안 된다. 상권이 활성화되자마자 2년 사이에 경리단길만의 개성을 잃게 됐다는 뜻이다.
◆건물주 바뀌며 진통…기존 손님 줄고 비용만 늘어= 경리단길이 유명해진 후 상인들인 장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는 몇 년째 제자리 수준인 반면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은 턱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리단길의 주요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최근 5년 기준으로 20~30% 오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리단길 초입부터 삼거리까지 100m 남짓한 주요 상가는 1~2년 새 최대 2배 가까이 임대료가 치솟을 정도였다.
부동산투자가 몰리면서 20억~30억원대 건물이 50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높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되자 건물을 팔고 동네를 떠난 건물주들도 늘었다. 도로를 낀 건물은 대부분 1~2년 새 건물주가 바뀌었다. 기존에 있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더 싼 임대료를 찾아 중심 골목이 아닌 더 외진 골목과 주택가로 밀려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일종의 투자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건물주나 임차인이나 상권이 활성화되면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발동, 건물주는 가격이 올랐을때 되도록 팔려고 하고 임차인은 임대료가 더 오르기 전 조금이라도 더 권리금을 챙길 수 있을때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리단길과 비슷한 시기에 이름을 알린 곳이 서촌이다.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서촌이라는 불리는 이곳은 한옥마을 등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상권 활성화와 더불어 동네슈퍼, 세탁소 등 영세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술집과 커피숍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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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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