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식칼로 수차례 찔려…바닥·테이블 핏자국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정현진 수습기자]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 참석 도중 괴한의 공격을 받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 34분께 민화협 강연회에서 조찬 도중 김기종(55)씨에게 작은 식칼로 얼굴 오른쪽 부위를 찔렸다.
상황은 리퍼트 대사가 행사 장소에 도착해 귀빈 테이블에 마련된 자리에 앉자 마자 일어났다. 귀빈 테이블 뒤편에서 식사를 하던 이광원(68)씨는 "리퍼트 대사가 도착해서 조찬 두 숟갈을 뜨자 김씨가 성큼 다가왔다"면서 "일,이초만에 여러차례 작은 식칼로 대사를 찔렀고 테이블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다른 테이블에서 이를 본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상황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 따르면 김씨는 강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리퍼트 대사의 자리로 지정된 테이블 뒤편에 식탁에 앉아 있었다. 대사가 착석해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김씨는 큰 소리로 한미관계를 비판하며 걸어왔다. 리퍼트 대사가 이를 듣기 위해 일어서자 김씨는 손잡이가 있는 길이 25센티미터 가량의 칼을 꺼내 얼굴과 손목 등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한규범씨는 "김씨가 대사를 땅에 넘어뜨리면서 작은 칼로 찔렀다"고 전했다.
김씨가 리퍼트 대사를 공격할 때 경호인력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참석했던 홍사덕 전 의원, 장윤석 국회의원 등 상임의장단이 김씨를 잡아 넘어 뜨린 후 제압하고 흉기를 빼앗았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당시 귀빈 테이블 뒤편 앉은 한 목격자는 김씨가 제압 당하며 "나는 누구이고, 오바마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반대하기에 이 행동을 한다"는 취지로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 있던 한규범씨도 "김씨가 왜 오바마가 평화적으로 하지 않고 군사행동하느냐고 말하면서 제압당했다. 미국 대사가 온다고 해서 경호인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참석자 남성 세명이 김씨를 눕혀 제압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10여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참석자들이 제압한 용의자를 검거했다.
목격자들은 피습 당한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볼이 5센티미터 가량이 찢어졌고 왼쪽 손목에도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앉아있던 테이블의 식탁보가 피로 물들었다. 대사는 응급차에 탑승하기 위해 걸으면서도 바닥에 핏자국을 남길 정도로 다량의 피를 흘렸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괜찮다"고 말하며 측근의 부축을 받았고 피를 흘리면서 도로까지 20미터 가량을 걸었다. 그는 사고 후 도착한 경찰차에 탑승해 강북삼성병원으로 후송됐다. 리퍼트 대사는 상처부위에 대한 응급처치를 강북삼성병원에서 받은 뒤 9시반께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 그는 이곳에서 성형외과 의사에게 찢어진 부위에 대한 봉합 수술을 받고 있다.
한편 용의자 김씨는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하며 민화협 주최 행사에 전에도 여러 차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는 지난 2010년 7월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정현진 수습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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