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2차관, 제네바 군축회의 기조연설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정부는 북한에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CD)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명확하고 분명한 입장"이라며 "북한이 진지한 자세로 의미있는 비핵화 협상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북한이 유엔 회원국의 가장 기본적 의무, 즉 평화 애호국이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반하면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제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유지 뿐만 아니라, 국제 군축·비확산 체제의 신뢰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조 차관은 장기간의 교착 상태로 인해 국제 군축·비확산 논의에서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CD의 활성화를 촉구하면서, 핵분열물질 생산금지조약(FMCT)의 조속한 협상 개시를 통해 CD가 교착상태를 타개할 것을 제안했다.
조 차관은 전날 있었던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CD 기조연설과 관련해서는 "CD는 군비 증강이 아니라 군비 축소를 통해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곳인데 북한이 연설 장소를 제대로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리 외무상이 전날 연설에서 "미국의 적대 정책은 우리를 핵보유로 떠밀었으며, 날로 가중되는 미국의 핵위협은 우리로 하여금 핵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북한)도 미국을 억제할 수 있고, 필요하면 선제타격도 가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언급한 대목을 따져 물은 것이다.
이어 그는 '부정한 행동에서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Ex injuria jus non oritur)'는 법언을 인용하며 "가장 노골적인 핵확산 사례로 알려진 북한에게 국제사회가 결코 핵보유국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리 외무상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판한 데 대하여 "명백히 현존하는 핵위협을 가하는 국가가 연례적인 방어적 성격의 훈련을 자신에 대한 핵전쟁 연습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조 차관은 연설 말미에 "낫과 쟁기로 바꿀 창과 칼이 남아있는 한, 우리의 선택은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공동의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전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며 "평화는 결코 무기를 겨루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고 제안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