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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뒷談]영란은행과 英재무부의 불장난이 종이화폐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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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전 전쟁비용 조달하려는 영국 중앙은행에 금 없이 돈 찍는 제도 요구

금태환법 폐기이후 거품경제 시달려…풍자시인 무어 '음탕한 대화'로 비판

[금융뒷談]영란은행과 英재무부의 불장난이 종이화폐 낳았다? '영란은행과 재무부의 음탕한 대화'(Amatory Colloquy Between Bank and Government) -토머스 무어 18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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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 대출은 잊을만 하면 논란이 되곤 한다. '발권력'이란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고유권한이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으로 정책자금을 공급하면 당장 나랏빚이 쌓이거나 세금을 안 올려도 된다. 하지만 발권력이 불필요하게 사용돼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 장기적으로는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른다. 독립성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기재부의 비밀곳간' 처럼 발권력이 정부 입맛에 따라 아무때나 쓰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준재정정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부작용을 생각하면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야 한다는 것이 발권력의 필요성에 대한 중론이다.

200여년 전인 1800년대 초반 중앙은행의 효시인 영란은행과 영국 재무부 간에도 비슷한 논쟁이 불붙었다. 나폴레옹과의 격전을 위해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영란은행에 대출을 요구했고, 이를 쉽게 하기 위해 금태환법도 폐기했다. 금태환(金兌煥)이란 금본위제도 하에서 중앙은행이 화폐를 금으로 교환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태환이 폐기되면 금이 없어도 중앙은행은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낼 수 있다. 미 연준의 양적완화(QE)에서 보듯 지금으로선 당연한 이런 방식(금태환 폐지)의 화폐발권은 당시만 해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영란은행은 나폴레옹과 전쟁 전에 금태환법을 중지(1797년)했다가 전쟁이 승리한 후인 1819년 금태환법을 재개했다. 그리고 1825년 금융공항이 닥쳤다. 공항 직후인 1826년 풍자시인 토머스 무어가 쓴 시 '영란은행과 재무부의 음탕한 대화'(Amatory Colloquy Between Bank and Government)'에는 금융공항 이후의 혼란 상황이 잘 그려졌다. 시는 영란은행을 헤프고 사악한 유부녀로 묘사한다. 음탕한 여자 영란은행이 영국 신사 재무부를 유혹한다고 했다. 이 풍자시는 금태환법을 폐기하고, 중앙은행이 무지막지하게 정부에 대출을 해줘 버블이 커져 경제가 혼탁해졌다는 점을 신랄할게 비판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재무부를 '자기야'라고 부르면서 "남들은 우리 사랑의 결실을 신용이라고 했다"고 말한다. '나는 원래 종이로 뭘 만들면 안 되었지만, 잘나가는 당신이 하도 잘 둘러대서 불법이 합법이 되었잖아.' 이 대목에서 '종이'는 화폐, '불법'은 금태환법을 어긴 것을 의미한다. '잘나가는 당신'인 재무부가 가당치도 않게 금태환을 무시하고 무지막지하게 발권력을 일으켜 종이만으로 화폐를 쓰게 했고 이것이 경제의 파국을 불러왔다는 비판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애첩이니까 종이를 써도 된다는 그 기막힌 별명 말이야' 와 같은 대목에선 중앙은행을 재무부의 '애첩'에 빗대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어진 재무부의 대답에선 '우리가 불장난하면서 뿌린 현찰은 악마도 예쁘게 하는 요물이라오'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불장난은 은행수표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영란은행은 대책없는 요부, 재무부는 절제력 없는 남자에 빗대면서 둘의 결합으로 종이화폐가 나왔고 이는 서민경제를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영국 화폐 단위인 파운드(pound), 실링(Shilling), 펜스(Pence)는 둘의 결합으로 무분별하게 생겨난 자식에 빗댔다. 시는 '제정신인 사람들은 자식 한둘로 절제하는데, 우리는 너무했잖소? 주체할 수 없이 많이 쏟아진 우리의 자식들은 남들 보기에도 창피하고 이제는 골칫덩이라요. 우리가 제정신이었다면 그렇게 많이 세상에 내놓진 말았어야 했소'라고 풍자하고 있다.


저서 '숫자없는 경제학'에 이 시를 수록한 차현진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장은 "시에서 발권력은 생식력, 화폐는 자식을 뜻하는데, 오늘날도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무차별적인 양적완화를 펼치고 있는 것을 마치 이 시가 똑같이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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