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허태열ㆍ김기춘에 이은 세 번째 비서실장에 이병기 현 국가정보원장을 27일 발탁했다. 세 명 모두 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한 박 대통령이 그간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근본적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직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인적쇄신 요구를 거절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당장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 신임 비서실장은 외교ㆍ안보 분야 전문가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국제관계ㆍ남북관계 현안을 풀어가는 데 있어 신임 비서실장의 조언에 크게 의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직업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정책과 정무 능력을 모두 겸비했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해석된다.
그는 2007년 당내 경선 캠프에서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았고, 지난 대선 때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 들어 박 대통령은 그를 주일대사, 국가정보원장 등 요직에 배치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비서실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기에 '깜짝 인사'라는 평이 나오지만, 성공한 인사가 될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다. 우선 최측근 원로를 비서실장에 기용한 자체가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직언할 수 있는', '반대 세력을 수용하는'과 같은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인물이란 점에서 일단 부정적인 평가속에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가 앞으로 얼마나 여의도 및 일반 여론에 호응하는 소통 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가는 갈릴 전망이다.
서울 출신인 이 신임 비서실장이 정치권과의 소통ㆍ정무적 능력ㆍ외교 전문성 등을 고루 갖췄다는 점에선 한 쪽으로 쏠리지 않은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고민이 묻어난다. 더불어 69세라는 다소 고령의 인물을 택한 데서는 '정치적 야욕(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배어있다.
앞으로 청와대는 정치권과의 소통 및 국제안보 분야 조언 등에 주력하는 비서실장과, 정책 분야를 주관하는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의 투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내각은 이완구 국무총리와 최경환ㆍ황우여 부총리 등 친박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당과의 협력과 경제활성화 정책 구현에 매진하는 방식으로 3년차 박근혜정부의 그림이 완성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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