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호반·분양홈런 반도·멀티선수 한양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건설업계에서 중견기업의 돌풍이 무섭다. 주무기는 아파트 분양 등 주택 사업이다. 수년간 축적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자금력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오며 다져진 사업 노하우와 위기관리 능력, 빠른 의사결정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추며 주택부문에서만큼은 대형 건설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을 확장해 오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무너진 다른 중견 건설사들과 달리 오히려 그 시기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호남지역 건설사로 꼽히는 호반건설은 같은 고향에서 오랫동안 맹주자리를 지켰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이자 핵심계열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만약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얻게되면 지분관계상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고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등 다른 계열사도 그늘 아래 둘 수 있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겪이 된다.
호반건설은 25일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CJㆍ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과 MBK 등 사모펀드와 경쟁에 나섰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다른 예비 인수후보들도 쟁쟁해 쉽지 않다는 관측이지만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부터 금호산업 주식을 대량 매집해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호반건설은 문을 연 지 20년도 안 돼 이미 2013년 매출액 1조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위례, 동탄2신도시 등에서 아파트 1만5365가구를 분양해 대부분 계약을 종료시켰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수도권 등지에 9800가구를 분양한다.
이 정도 물량 이상을 분양하는 건설사는 대형업체 중에서도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정도다. 특히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현금과 현금성자산만 6000억원 이상을 보유, 막강한 현금동원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도건설 역시 건설업계에서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회사다.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중견 건설사 중 유일하게 영남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최근 4~5년 분양하는 곳에서는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모두 성공을 거뒀다. 전용면적 59㎡ 단지에서 4베이(bay) 평면을 내놔 '평면 특화'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반도건설은 특히 주택 위주의 보수적인 경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금융위기 이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복합건물 '두바이 유보라타워'를 자체 개발사업으로 추진하다 좌초 위기까지 겪었던 경험 탓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지금도 당시 일을 입에 올리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지난해 6900가구를 분양해 완판한 반도건설은 올해 동탄2, 김포한강신도시 등에서 7300가구를 분양한다.
과거 현대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잘 나가다 추락했던 한양도 눈여겨볼 회사다. 한양은 1980년대 시공능력순위가 4위에 이르는 규모였지만 1990년대 부도난 이후 10년전까지 13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현재 잠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부지는 번성하던 시절 한양이 갖고 있던 땅이다.
한양은 2004년 호남기업인 보성건설에 인수돼 사업구조 개편 등을 거쳤고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23위에 오를 정도로 외형을 성장시켰다. 올해 아파트 1만1000가구 분양, 1조6000억원의 신규수주 목표를 세웠는데 아파트 건설 위주의 다른 중견건설사들과 달리 사업구조가 다변화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다른 중견건설사 대부분이 오너 위주의 경영을 하는 것과 달리 한양은 대기업 임원 출신을 경영진으로 영입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동영 대표이사는 대림산업, 주택본부장은 삼성물산, 건축본부장은 동부건설 출신으로 다양한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외에도 올해는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이지건설, 모아건설 등이 1만 가구 안팎을 분양하며, 뚜렷한 무리군을 형성하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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