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금융뒷談]집이 ATM기?…주담대출의 폭발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세계의 은행들 집·땅 짚고 헤엄치기

은행들 기업 금융중개는 뒷전…투자·고용없어 '돈 생산성' 추락

[금융뒷談]집이 ATM기?…주담대출의 폭발 -
AD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행이 변했다. 현대 은행은 부동산펀드와 유사하다. 기업에 산업자금을 대주는 것은 더 이상 은행의 주된 역할이 아니다. 대부분의 자금을 주택담보대출이나 부동산 개발업에 공급한다." (오스카 조던 외 2명 '거대한 주택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은 경기가 좋아지면 값이 올라 담보가치가 높아진다. 돈을 빌려줄 여지도 커진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에서 자주 관찰됐다. (중략) 미국인들이 주택을 현금입출금기(ATM)로 착각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흥모 한국은행 부총재보 '단숨에 배우는 금융' 314쪽)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현대은행이 '부동산펀드화(化)'되고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왔다. 은행이 기업에 자금 물꼬를 터 주는 금융중개 기능보다는 집을 담보로 받고 돈을 빌려주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풀린 돈은 가계로만 간다. 가계는 소비할 수 있지만 투자와 고용을 일으키는 기업에 비해 '돈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집값이 떨어졌을 때는 거시경제가 파국으로 치닫을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거시경제학의 핵심주제는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의 속성을 연구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오스카 조던, 모리츠 슐라이크, 알렌 테일러 세 사람이 미국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한 '거대한 주택담보대출'(The Great Mortgaging) 논문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의 총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지난 십수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했다.


17개 주요 나라(프랑스ㆍ이태리ㆍ호주ㆍ일본ㆍ스페인ㆍ영국ㆍ포르투갈ㆍ벨기에ㆍ네덜란드ㆍ캐나다ㆍ노르웨이ㆍ미국ㆍ스웨덴ㆍ독일ㆍ스위스ㆍ덴마크ㆍ핀란드)의 은행 총 대출 대비 주담대 비율은 1920년 28%에서 1970년 39%로 훌쩍뛰었고 2007년엔 55%까지 늘어 절반을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금융과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가계대출은 몸집이 쪼그라들었다. 1920년 72%이던 것이 1970년 61%로 떨어졌고 2007년엔 44.6%로 감소했다.


나라별로 보면 한때 주택을 ATM처럼 돈 뽑는 기계인 줄 알았다는 미국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총 대출 중 주담대 비율은 1920년 30%에서 1970년 61%로 두배나 뛰었고 2007년엔 68%까지 증가했다. 은행이 빌려준 돈 열 중 일곱은 주택담보대출로 흘러들어가고 나머지만 기업대출로 썼다는 얘기다.


[금융뒷談]집이 ATM기?…주담대출의 폭발 (자료:미국경제연구소)


스위스는 1920년과 1970년에는 총 대출 중 주담대 비율 49%에서 2007년 87%로 늘었다. 노르웨이(29→36→68%)와 영국(16→52→63%)도 같은 기간 계단식으로 상승했다. 덴마크(52→59→60%)는 50~60% 사이를 움직였고 독일(49→42→51%)도 비교적 큰 변동은 없었다. 일본은 1920년 14%이던 주담대 비중이 1970년 7%로 줄었지만 2007년 46%까지 치솟았다. 프랑스는 같은기간 4→33→47%로 늘고 캐나다도 27%에서 30%로 상승했다가 2007년 51%까지 치솟았다. 17개국 중 스웨덴(44→81→ 59%)과 핀란드(55→44→43%)만이 총 대출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례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논문은 "글로벌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위기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를 몰라 학문의 위기를 맞고 있는 거시경제학의 핵심과제는 부동산 대출의 속성과 특징을 연구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어떨까. 한국은행이 기획재정위원회에 발표한 업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은 연중 37조3000억원이 늘었고 은행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은 43조원이 증가했다. 제2의 가계부채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을 빼면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규모는 24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은행의 총 대출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 가계대출의 비중은 61%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기업보다 가계중심으로 일어난다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돈을 푼다고 해도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입장에서 주담대가 편한대출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집값이 떨어졌을 때 시스템적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