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3연패…우리銀 전주원 코치
"다독이며 동기부여…통합우승까진 웃지 않을래요"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여자 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의 전주원 코치(42)는 누구보다 우승 트로피가 기뻤다. 그러나 환호하지 않았다. 그 대신 우승을 위해 뛰어준 선수들과 손을 부딪혔고, 그들을 끌어안았다. 2012년 우리은행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뒤 어느덧 세 번째이자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 전 코치는 벅찬 표정으로 "분명히 고비가 있었다. 잘 견뎌준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전 코치는 '엄마' 같은 존재다. 위성우 감독(43)이 끊임없이 선수들을 채찍질하는 엄한 아버지라면 전 코치는 이들을 감싸 안는 어머니다. 위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시즌 개막 이후 16연승을 달리고 1패(12월 16일 인천도원체육관ㆍ대 인천 신한은행ㆍ55-61 패)를 당했을 때도 '위기'라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그런 위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전 코치는 중재자이자 조력자로 선수들에 다가간다. 전 코치는 "선수들에게는 늘 자극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팀에서 감독님은 감독님으로서의 역할, 나도 코치로서의 역할이 있고 그것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코트 안팎에서 늘 온화한 표정의 전 코치지만 승부를 할 때는 누구보다 냉정하다. 7라운드 첫 경기(2월 23일 춘천호반체육관ㆍ대 구리 KDB생명ㆍ74-71승)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지만 이미 챔피언결정전 준비를 시작했다. 전 코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어떤 팀과 경기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며 "정규리그 우승을 했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챔피언결정전 같은 단기전 승부는 변수가 많다. 우리가 준비한 농구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코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하려면 그 날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 한두 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공격에서 승부를 주도하는 선수가 나왔을 때 좀 더 원활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에는 득점력에 해결사 능력을 갖춘 주장 임영희(34)와 양지희(30)가, 젊은 피로는 올 시즌 꾸준히 활약을 해온 박혜진(24)이 있다. 특히 임영희는 23일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총 37분44초를 뛰며 20득점 8어시스트로 맹활약했고, 양지희와 박혜진도 각각 14득점 5어시스트, 8득점 5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 코치는 현역 시절 프로 통산 330경기에서 평균 10.3득점 3.9리바운드 6.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안산 신한은행(현 인천 신한은행) 시절에는 팀을 5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고, 어시스트왕에도 열 차례나 올랐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했다. 선일여고 3학년 시절 나고야 주니어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ABC대회)에서 우승했고 1992년 아시아선수권대회(ABC),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1999년 ABC를 제패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4강 진출의 주역이었다.
선수로서 전설을 썼지만 2011년 4월 20일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겸손한 자세로 코치 생활을 해왔다. 이겼을 때의 기쁨은 짧게 즐겼고 서둘러 미래를 준비하는 지도자다. 그는 올 시즌 남은 목표인 통합우승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그 첫 걸음은 다음달 22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리는 챔피언결정 1차전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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