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국제유가 반등 및 각종 대외악재가 완화되며 주요국 증시가 큰 상승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코스피는 올해 고점인 1970선을 돌파하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기 박스권이었던 600선을 돌파한 코스닥 대비로도 상대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4분기 실적 시즌 이후 대형주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던 수급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져가는 모습이다.
토러스투자증권에서는 코스피가 대외악재에 좁은 박스권 내 등락을 보였지만 실제 부진의 원인은 대외적인 문제보다 대내적인 경기상황 악화 때문이라고 짚었다.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쓰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정책모멘텀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그만큼 실망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승용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현재 기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쉽게 경기부양책을 펴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스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뭔가 확실한 경기변화나 모멘텀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나마 모멘텀으로 기대했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좌절되면서 그만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기준금리가 4개월 연속 동결됐다. 최 센터장은 "가계부채 및 선진국과의 금리차 감소로 인한 자금이탈 우려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주저하면서 정책기대감이 그만큼 약해졌다"며 "중국을 비롯해 호주, 스위스, 캐나다 등 주요국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발맞춰 통화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정책기대감 약화는 그만큼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 연휴 기저효과 이후 수출지표까지 확인된 연후에는 추가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하방경직성은 지켜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센터장은 "경기둔화가 더 심해지면 결국은 단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코스피의 하방경직성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대규모 경상흑자와 일본의 근린궁핍화 정책 등으로 금리 인하 효과 또한 약해진 상황이라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선호도는 이후에도 별반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 실적개선으로 연결되리라 기대 중인 저유가 상황 역시 한국 경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센터장은 "한국의 산유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2000년 4%에서 지난해 9%로 크게 확대됐고 해외건설수주 비중 역시 41%에서 52%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 경기 악화가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 힘들어졌다"며 " 또한 유가 급락의 근본적 원인은 공급측면보다 저성장에 있기 때문에 유가가 반등한다고 해도 투자심리 개선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