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용함에 따라 설 연휴 후 첫 업무일인 23일 김 실장의 사표수리 절차가 완료되고 곧이어 후임자 발표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현 정부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의 상징적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선 그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김 실장의 비서실 운영 능력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국정철학 공유 등 장점을 들어 박 대통령은 그를 19개월 간 중용했다. 김 실장은 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허태열 전 실장의 후임자로 2013년 8월 청와대에 들어왔다.
지난해 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사건이 발생한 뒤 그에 대한 사퇴압박은 심해졌다. 청와대 내부 공직기강 해이의 문제이므로 김 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 "더 할 일이 남아있다"며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김 실장과 함께 사퇴압박을 받던 실세 비서관 3인의 청와대 잔류도 이 때 공식화 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여론에 맞서는 모양새로 비치면서 국정지지도 하락의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급락하기 시작해 30% 아래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개각과 청와대 조직개편 작업을 마지막 임무로 제시했고 이 작업이 마무리되자 그의 사의를 수용했다. 김 실장은 2013년 말 자신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수차례에 걸쳐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이냐에 쏠려있다. 현재 유력하다며 거론되는 인사들만 10명이 넘는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어떤 성향이나 배경을 가진 인물을 최측근 비서로 기용할 것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후임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스타일을 가늠해볼 척도가 된다.
한 때 권영세 주중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발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권 대사뿐 아니라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후보군으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수석부의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다. 김 실장도 7인회다. 또 다른 7인회 멤버인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도 거론되는데, 이들 중 한 명이 비서실장으로 결정될 경우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것이므로 여론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박 대통령을 매우 난감하게 하는 것이다. 애초 박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 카드로 인적쇄신 의지를 피력하고 이를 통해 비서실장 인선의 부담을 덜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됨에 따라 이완구 카드는 오히려 악재가 돼 버렸다. 비서실장 인선이 마지막 기회가 된 셈이며, 박 대통령이 후임 비서실장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된 배경으로 파악된다.
참신이나 통합, 탕평 등 평가가 나올만한 인물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이명박 정부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민주화 공약을 마련한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 등이 이런 취지에서 거론되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성향상 '껄끄러운' 인사를 최측근으로 기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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