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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 '거세된' 2차대전 승리 최고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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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암호 풀어 전투 승리에 혁혁한 공…동성애자 낙인 끝 자살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독일의 암호를 그처럼 해독하지 못했다면 2차대전은 1945년이 아니라 1948년쯤에야 끝났을 것이다. 전세계는 이들 (영국) 암호해독가에게 큰 빚을 졌다.”


영국 암호해독팀의 전력에 대한 평가다. 이 팀의 일원으로 활동한 한 전문가는 “고대로부터 어느 전쟁에서도 한쪽이 다른 쪽의 정보를 이처럼 끊임없이 읽을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들려줬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독일군, 나중엔 이탈리아군과 일본군이 어디에 숨어 있고 언제 어느 쪽으로 공격해올지 안 연합군은 모든 전투에서 적어도 지지 않을 수 있었다.


버킹엄 지방에 있던 영국 암호해독국의 본거지는 블레츨리 파크로 불렸다. 이 곳에서 독일군이 서로 주고받는 암호를 풀어내는 전문 인력은 처음엔 200명 남짓이었다가 나중엔 7000명이 넘는 규모로 늘어났다.

과학 저술가 사이먼 싱은 ‘코드북’에서 “갖가지 분야 전문가로 이뤄진 암호해독 그룹의 면면과 업적을 일일이 소개하려면 두꺼운 책 몇 권을 채우고도 남는다”며 “이중 한 사람만 꼽는다면 단연 앨런 튜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앨런 튜링, '거세된' 2차대전 승리 최고 영웅 앨런 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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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대학 킹스칼리지 교수로 일하던 튜링은 1939년에 블레츨리 파크로 초빙돼 암호해독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독일의 암호기계 에니그마가 생성해낸 비밀 메시지를 풀어내는 ‘봄브’라는 기계를 고안해 낸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튜링을 중심으로 한 암호해독 전문가 그룹의 역할과 공로를 잘 알고 있었고 이들을 “절대 울지 않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렀다.


튜링은 동성애자였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개방적인 환경에서 남몰래 일련의 관계를 가지며 행복한 기간을 보냈다. 암호해독국에서는 그가 동성애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암호해독국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가운데 일했고, 이와 관련한 비밀은 전쟁이 종식된 뒤에도 엄수됐다. 암호해독국의 공로는 그래서 상당 기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튜링은 절도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순진하게도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기소됐고 ‘튜링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그 이유로 그를 컴퓨터 개발과 관련된 프로젝트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신과 의사를 찾은 튜링은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 그 결과 성적 능력을 잃고 비만과 싸우는 힘겨운 시절을 보낸다. 2년 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튜링은 1954년에 청산가리와 사과를 들고 침실로 간다.


그는 케임브리지 교수 시절인 1938년 상영된 디즈니 만화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보고, ‘독약에 사과를 담가라, 죽음보다 더 깊은 잠이 사과에 스며들도록’이라는 대사를 좋아해 읊조리곤 했다.


마흔 둘에 세상을 뜬 그의 시신 옆에는 몇 입 베어먹은 사과가 놓여 있었다.


2009년 9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전후 영국 정부가 튜링을 대한 방식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내놓는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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